[전주국제영화제-국제·한국·한국단편 경쟁 부문] 삶, 관습·문화에 대한 농밀한 탐구

인간의 가치 모색하는 실험적 해외 작품 / 형식적 다양성·실존 다룬 한국영화 다채

전주국제영화제 위상이 높아지면서 경쟁부문에 대한 영화인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경쟁’에 121편, ‘한국단편경쟁’에는 661편이 응모했다. 이 가운데 한국경쟁에 10편, 한국단편경쟁에 21편이 본선에 올라 영화제에서 선을 보인다. 국제경쟁에는 프로그래머들이 칸과 베를린 등 유수의 국제영화제에서 선정한 작품 10편이 상영된다.

 

△ 국제경쟁

▲ 국제경쟁에 출품한 ‘파두’

국제경쟁부문에는 스페인 에티오피아 그리스 네덜란드 미국 프랑스 독일 이스라엘 칠레 인도 등 세계 각국의 영화들이 선보인다. 공통된 화두는 세계의 몰락. 갈등과 분열, 이로인한 피로, 분노와 공포까지. 지구촌의 오늘을 고민하는 작품들이 포진했다. 특히 문화·계급·관습의 차이를 농밀하게 다룬 작품들이 눈에 띈다.

 

젊은 택시운전사와 매춘부의 희망없는 사랑을 그린 ‘사랑의 가치’, 두 여성의 로드무비인 ‘하나의 숨결’, 실험적인 영상과 호러 영화적 요소가 가득한 ‘죽음은 느리게 전진한다’, 시간여행이자 역사여행인 ‘역사의 미래’, 베두인족의 풍습과 가족사를 다룬 ‘샌드스톰’이 초청됐다.

 

정처없이 떠도는 삶의 열의나 욕망이 실종된 인간의 모습을 비틀어 보여주는 ‘쇼트 스테이’, 두 남자의 동성애를 통해 인생의 단면을 들여다보는 ‘그들의 사랑’, 운명과 숙명을 화두로 한 ‘파두’, 카자흐스탄을 배경으로 십대의 성장스토리를 다룬 ‘상처받은 천사’, 10대 소녀의 감성을 판타지와 멜로로 표현한 ‘플란타스’까지 선보인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수석 프로그래머인 장 프랑수아 로제, 캐나다 퀘벡영화 대표주인인 드니 코테, 배우 정재영, 오승욱 작가, 그리스 출신 제작자인 아티나 레이첼 탕가리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며, 대상(2000만 원)과 작품상(10만 달러), 심사위원특별상을 선정한다.

 

△ 한국경쟁

▲ 한국경쟁부문에 출품한 ‘운동회’

한국경쟁 부문은 형식적으로 다양한 실험을 통해 독립영화의 지평을 확장하는 작품이 주류다.

 

독립영화계에서 명성을 쌓은 김종관 감독의 섬세한 시선이 돋보이는 ‘최악의 여자’와 삼류연극단의 소동을 활달하게 그린 ‘커튼콜’, 해고와 실업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재기발랄하게 다룬 ‘운동회’, 4중창단을 결성해 합창대회에 나가려는 젊은이들의 우여곡절을 다룬 블랙코미디 ‘델타보이즈’, 중년 노동자의 사회적 단절을 다룬 ‘프레스’등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이 상영된다. ‘우리 연애의 이력’과 ‘연애담’은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담담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다큐멘터리도 3편 선보인다. 탈북여성의 기구한 삶을 다룬 ‘마담 B’, 제주 해녀의 삶을 7년 동안 기록한 ‘물숨’, 세상에 대한 분노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펑크밴드 청년들의 좌충우돌을 담은 ‘노후대책 없다’가 관객들과 만난다. 10편 모두 전주영화제에서 첫 상영된다.

 

칠레 FIC발디비아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인 라울 카마르고 보르퀘즈와 김대우 감독, 영화제작자이자 도쿄예술대학 교수인 이치야마 쇼조가 심사한다. 대상(백암상, 1000만 원)과 CGV아트하우스상(배급지원상·창작지원상, 각각 1000만 원)을 수여한다.

 

△ 한국단편경쟁

 

극영화가 15편으로 가장 많고, 실험영화(3편) 애니메이션(2편) 다큐멘터리(1편) 등으로 유형은 편중됐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은 다양하다. 실존의 문제를 다룬 작품이 많으며, 경쟁작은 5개로 묶여 상영된다. 우정을 화두로 한 ‘여름밤’과 ‘플라이’, 꿈과 현실 경계의 모호함을 보여주는 ‘날 좋은 날’, 쌍둥이 형제의 각기 다른 결말을 다룬 ‘우주비행사들’이 ‘한국단편경쟁1’로 묶여 상영된다.

 

‘한국단편경쟁2’에서는 사악한 게임 속 세상을 그린 애니메이션 ‘모두의 게임’과 사진과 사건이 지닌 유령성을 사유하는 ‘순환하는 밤’, 고요한 풍경에서 시간의 이동을 경험하는 ‘적막의 경관’, 해고노동자 이야기를 다룬 ‘천막’을 만나볼 수 있다.

 

소년과 소녀의 성장영화 ‘가슴의 문을 두드려도’, 노동자 청년의 평범함 일상을 응시한 ‘비상’, 독거노인의 고독사를 다룬 ‘빗속을 혼자서’, 맞벌이 부부와 입주도우미의 미묘한 불평등을 포착해낸 ‘씨유투머로우’는 ‘한국단편경쟁3’에서 상영된다.

 

‘한국단편경쟁4’에서는 유년시절의 흔적들을 쫓아 영화적 상상으로 풀어낸 작품들을 모아냈다. ‘햄스터’, ‘동물원’, ‘사슴꽃’, ‘어른이 되기 전에’를 통해 우리의 지난날을 반추해 본다.

 

‘한국단편경쟁5’에는 대상에 대한 집착을 다룬 ‘화분에 심어진 여자’, 시각적 형상화에 주목한 ‘질식’, 영화적 에로티시즘을 실험하는 ‘몸과 마음’, 사춘기 감성을 다룬 ‘사일런트 보이’, 사진촬영을 매개로 에피소드를 다룬 ‘농담’이 선보인다.

 

세계 최고 단편영화제로 꼽히는 ‘끌레르몽페랑’프로그래머 칼맹 보렐, 이수진 감독, 배우 한예리가 심사하며, 대상(500만 원)과 감독상(300만 원) 심사위원특별상(200만 원)이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