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장면들이 변화무쌍하게 나오는 것, 이것이 나에게 영화입니다.”
전통적인 서사 구조에서 벗어나 이미지 그 자체에 대한 힘과 변화를 중시하는 필립 그랑드리외 감독. 특히 그는 정체불명의 공간, 헐벗은 육체, 소리와 장면의 조합을 통해 신체-이미지에 대한 탐구 작업을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올 영화제에서는 그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회고전 ‘필립 그랑드리외: 영화언어의 재발견’을 통해 그의 근작 ‘밤임에도 불구하고’(2016) ‘위협’(2015) 등 대표작 8편을 선보인다.
지난 1일 CGV전주고사점에서 열린 마스터클래스에서 감독은 ‘밤임에도 불구하고’에 출연한 여배우 록산느 메스퀴다와 함께 그의 작품 세계와 작품 제작 과정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시간의 흐름대로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관계를 재구성해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다”며 “변화 없이 다들 이해할 수 있는 것을 만든다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에게는 서사성, 연속성보다는 장면마다의 강렬한 흡입력, 그리고 영화 안의 새로운 세계에 빠져들 수 있는 집중력과 리듬감이 중요하다.
그는 “나의 작품들은 내용으로 보자면 구조와 골격이 거의 동일하다. 다만, 이를 몸의 장면과 감각을 통해 다양한 형식으로 구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사물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강렬한 장면을 만들어 내는 것, 그리고 이를 파도처럼 율동과 강약을 갖게 하는 것이 나의 영화의 형식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이러한 작업은 감독 혼자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나에게는 배우가 무척 중요하고 소중한 존재라고 말했다. 그는 “영화 속 세계 안에 자연스럽게 들어가 배역에 투영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록산느 메스퀴다는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고 다시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