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 류승완 감독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17년 세월 뛰어넘은 이 영화…전주영화제 정신 되새긴다

1회때 류 감독 데뷔작 공개 / 필름작품 디지털화 새 편집 / 7일 무료 상영·무대인사도

▲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는 2000년 개봉 당시 한국영화계 최초로 ‘액션영화 키드’가 나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는 7일 오후 8시 야외상영장에서 상영되는 폐막작은 류승완 감독의 장편데뷔작이자 2000년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상영됐던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이다.

 

독립영화감독에서 이제는 충무로의 대표감독이 된 그의 첫 장편을 통해 전주영화제의 역사와 성장을 되돌아보고 독립영화 정신을 되새기겠다는 의미다.

▲ 류승완 감독

류승완 감독이 처음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폐막작 상영을 제안 받았을 때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3년여만에 부활한 폐막식인데 후배 감독들의 신작 상영을 위해 양보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수천석 규모의 야외상영장에서 이 영화를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도 됐다.

 

하지만 류 감독이 전주영화제를 좋아하고, 폐막작 취지를 이해한 후 상영을 결정했다. 데뷔작을 출품했던 영화제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는 그는 2014년에는 ‘신촌좀비만화’로 초청됐고, 2013년에는 국제경쟁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전주영화제와 인연이 깊다.

 

폐막작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이다. 필름 작품을 디지털화해 깨끗하고 선명한 화질로 복원했다. 또한 감독 자신의 본래 의도를 살려 새롭게 편집, 8분이 줄었다. 김영진 수석프로그래머는 “류 감독이 초창기에는 본인 스스로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어했는데 작품을 하면서 많이 절제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번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은 17년의 세월을 거친 감독의 내공으로 더욱 절제하고 정제한 것이다”고 말했다.

 

4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영화는 엇갈린 운명과 남자들의 자멸극을 그렸다. 조직 세계를 미화나 코믹함 없이 적나라하고 처절하게 표현했다. 그는 이 영화로 한국영화계에서 최초로 ‘액션영화 키드’가 나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성룡, 오우삼, 마틴스콜 세지, 쿠엔틴 타란티노 등의 영화를 보고 성장한 청년이 액션영화장르의 현대적 계승을 충분히 의식하고 영화를 제작했다는 것.

 

하지만 액션영화에서 볼 수 있는 율동감, 비장미 등을 담은 장르영화라기 보다는 대한민국 현실을 반영, 매우 젊은 기운의 분노를 날 것 그대로 표출한 영화다.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 현실에 맹렬하게 맞서는 패기와 독립 정신이 잘 드러나는 것이 이 영화가 가진 역사적 가치다.

 

김영진 수석프로그래머는 “요즘 독립영화들이 점점 장르영화화 되고 세속적인 경향이 세지고 있다”며 “류승완 감독의 ‘죽거나혹은나쁘거나’를 통해 독립과 대안의 정신을 환기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류 감독은 자신의 영화가 어떤 영화 범주에 들어가야 하는지 항상 고민하고 초심을 잃지 않으려 한다”며 “17년간 성장해왔지만 독립영화의 정신을 지켜온 전주국제영화제 역시 그 맥락을 함께 한다”고 덧붙였다.

 

영화는 7일 오후 8시 야외상영장에서 폐막식 후 무료로 상영되며, 류승완 감독의 무대인사도 마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