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자천하지대본

▲ 고미희 전주시의회 의원
본격적인 모내기철이 다가왔다. 계절이 이른 곳은 이미 모내기를 끝낸 곳도 있다. 농부들에겐 그야말로 부엌에 있는 부지깽이도 나서서 거들어주기를 바랄만큼 일손이 아쉬운 시절이 돌아온 것이다.

 

모내기를 위해 상토에 뿌리를 내린 볍씨 하나가 싹이 트고 자라서 130개 이상의 나락을 잉태해낸다고 한다. 일미칠근이라! 그 나락 한 알에 농부의 땀이 일곱 근이나 들어가 있음이니 어찌 나락 한 알을 소홀히 대할 수 있겠는가.

 

농사를 짓는 것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근본적인 이치와 상통한다. 24절기, 즉 기후의 변화를 읽어야 하고 생로병사의 흐름도 알아야한다. 농사는 뿌린 만큼 거두게 하는 하늘과 땅의 진리를 깨닫는 일이다.

 

봄에 씨를 뿌려 싹틔우는 것은 탄생의 신비요. 여름에 가꾸어 잘 자라게 하는 것은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가을에 거두어들이는 것은 휴식을 준비하는 일이요. 겨울에 은둔하는 것은 새 생명의 잉태를 위한 고요한 몸부림이다.

 

‘농자천하지대본야農者天下之大本也’라! 농자(農者)는 계절(시간의 흐름)을 깨달은 자를 말한다. 하늘과 땅의 진리를 깨달아야 농사를 지을 수 있다. 그래서 농자의 도(道)를 천하에 최고 큰 도(道)라 하여 대본야(大本也)라고 한다.

 

우리 국민들도 지난 4월 13일 총선을 통하여 각 지역마다 논에 모내기를 마쳤다. 농자들이 볍씨의 품종을 고르고 골라 심었으니 이제는 그에 따르는 수확량을 늘리기 위한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는 일만 남았다.

 

게으른 농부처럼 태평농법이라는 미명하에 씨만 뿌려놓고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수확만 하려고 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누구나 내가 심은 모가 잘 자라주겠지 하고 믿고 싶겠지만 관심을 갖고 채찍질하지 않으면 쭉정이만 매다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 자칫하면 제 잘난 맛에 웃자라 우쭐대기만 할 뿐 열매를 전혀 맺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공들여 모내기를 했지만 추수철이 되어 들여다보면 쭉정이만 매달고 있는 모습을 본 게 어디 한두 번인가!

 

그것은 모두 제대로 된 품종을 고르지 못한 농부의 탓이요! 모내기만 해놓고 수수방관한 농자의 탓이다. 그래놓고 알곡은 어디가고 쭉정이만 매달렸느냐고 한탄해봤자 버스 떠난 뒤 손드는 꼴이다.

 

우여곡절 끝에 끝난 4·13총선에서 선택 받은 그 모들은 품종을 고르느라 고뇌한 농자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을까? 그 모들은 과연 한 알의 씨앗이 땅에 떨어져 깨어지는 아픔을 맛보아야 비로소 그 열매를 맺는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을까?

 

이번에는 다르겠지 하고 기대했지만 결과는 늘 똑같았다. 두고 볼 일이다. 이번에는 정말 농자들이 본심을 보여주었으니 뭔가 조금은 달라지기를 기대해본다. 또 역시나의 결과로 돌아온다면 그들은 농자들의 준엄한 심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