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뿌랭이 마을 - 김추리

씨앗이 싹을 틔우기 전

 

뿌리는 껍질을 뚫고 나와 처음

 

하늘과 맞절을 한다

 

금강 발원지 봉황이 떴다는

 

뜬봉샘 아래 물뿌랭이 마을

 

금강을 도도하게 꽃피우고 살찌운

 

물 뿌리가

 

이 마을 뒷산에 박혀 있다

 

살아서 죽고

 

죽어서 살은

 

물뿌랭이 마을에서

 

세상 모든 것의 처음을 생각한다

 

△물의 뿌리가 뒷산에서 선정에 들었다. 봉황이 물고 날아오른 물 뿌리의 궤적은 굽이굽이 강물이 되어 흘렀다. 강을 따라 싹이 트고 싹이 열매를 데려오고, 열매는 온 산하를 살찌우고, 다시 뿌리로 돌아갔으리라. 뿌리 아래 가난한 마을도 봉황이 첫 날개 치는 소리에 첫새벽이 설레었으리라. ·김제김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