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 위한 행진곡

다음주 5·18 광주민주화운동 36주년을 앞두고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이 또다시 일고 있다. 합창이냐 제창이냐를 놓고 기념행사를 주관하는 정부 측과 5·18 행사위원회를 비롯 5·18 유족단체 등과의 입장차가 7년째 계속되면서 반쪽행사로 전락되고 말았다. 지난해에는 대통령도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정말 5·18 민주화 영령들 앞에 부끄럽기 짝이 없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지난 1997년 5·18민주화운동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돼 정부 주관으로 첫 기념행사를 개최한 이래 2008년까지 12년간 기념곡으로 제창해왔다. 하지만 이명박정부 때인 2009년부터 제창이 공식 식순에서 빠졌고 2011년부터는 합창단이 부르는 노래로 진행됐다. 심지어 임을 위한 행진곡 대신에 ‘방아타령’을 넣겠다고 했다가 5·18 유족 측의 강력 반발로 취소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국가보훈처는 5·18 기념곡을 정부에서 지정한 전례가 없고 북한이 5·18을 소재로 만든 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의 배경음악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사용됐다는 이유 등으로 제창을 반대하고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1년 5월 소설가 황석영이 백기완의 미발표 장시 ‘묏비나리’의 한 부분을 차용해 작사를 했고 전남대 출신으로 대학가요제에서 수상한 김종률이 작곡을 했다. 애초 이 노래는 광주지역 노래패가 만든 뮤지컬 ‘넋풀이-빛의 결혼식’에 마지막 합창으로 부르기 위해 지어졌다. 이 뮤지컬은 5·18 민주화운동 중 계엄군에게 사살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과 노동현장에서 들불야학을 운영하다가 사망한 노동운동가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에 헌정된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김대령이라는 필명의 재미사학자가 임을 위한 행진곡의 ‘임’은 북한 김일성 주석이고 가사 가운데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는 혁명의 완수를 뜻한다는 내용의 책을 펴내 논란에 불을 지폈다. 특히 노래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윤상원씨를 북한 간첩단 조직원이라고 적시한 것으로 알려져 5.18기념재단에서 김대령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로 했다.

 

5·18 행사위원회와 5·18기념재단 광주시 등은 오늘 기자회견을 열고 임을 위한 행진곡의 공식 기념곡 지정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5·18 단체는 올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겠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 2013년 6월 여대야소 국회에서도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공식 기념곡 지정을 의결했었다.

 

합창이냐 제창이냐를 놓고 5·18 민주화 영령들을 욕되게 해서는 결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