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 성공 위하여

▲ 류정수 시민감사 옴부즈만·공학박사
현 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3년 과정 중 1학기 동안은 시험을 보지 않고 자신의 꿈과 끼를 찾는 진로탐색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정말 중요하고 훌륭한 제도이다.

 

무조건 대학을 나와야 된다고 생각하는 기성세대와 대학을 졸업하고도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 줄 모르는 사람이 허다한 세태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이기에 더욱 귀중하다. 행복이 입신양명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그것을 평생 즐겁게 할 수 있다면 삶이 아름답고 행복해질 수 있기에 일찍 진로를 찾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사람의 능력은 모두가 다 다르기 때문에 수학이나 영어를 잘 못해도 야구에 능력이 있어서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면 참 잘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올해부터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자유학기제가 진정으로 아이들의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그러한 제도인지 잘 모르겠다.

 

이명박 정권에서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제도를 만들었다. 해외로 유학 가는 많은 학생들을 국내로 유치하려는 취지였다. 그런데 경제논리로 접근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6·70년대에는 학생들이 낸 수업료로 교사들의 월급을 주었지만 80년대부터는 도시든 농촌이든, 국공립이든 사립학교든지 간에 국가에서 교사들의 월급을 준다.

 

학생 수가 제법 많은 사립고등학교 1개에 1년 지원비가 20억∼30억 원이므로 100개 정도 자율형 사립학교로 만들어 국가지원을 끊으면 1년에 2000~3000억의 예산이 절감되고, 이를 농어촌 소규모 학교에 1억씩 지원하면 2000∼3000개를 지원 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래서 대도시에 있는 대규모의 사립고등학교를 자율형으로 허가해 주었고, 결과적으로 학부모들의 교육비 부담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교육의 평준화 기조를 흔들었다.

 

외국으로 유학 가는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면 소규모 학교를 집중 육성해 특화된 교육을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다수의 명문고들을 자율형으로 허가함으로 이명박 정권 이래 지금과 같이 사교육 시장이 팽창되고 선행학습이 기승을 부린 적이 없다.

 

현 제도에서는 선행학습을 하지 못하게 되었음에도 그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은 대학 입학 전형의 큰 틀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명문 학교 진학이 어렵고, 그 격차를 메울 수가 없어 당장 당사자가 불이익을 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자유학기제가 옳고 훌륭한 제도이지만 지금과 같이 공교육이 흔들리고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상태에서는 결과적으로 무늬만 진로 탐색이 되어 교육과정에서 나타나는 편차가 결국 심각한 빈익빈 부익부 현상으로 사회적인 큰 문제를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학기제는 무엇보다도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먼저 우선되어야 한다. 진정 자유학기제가 성공하기를 바란다면 지금이라도 공교육의 활성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