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제조기업과 제때 대처를 못한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피해 접수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정부 행정 때문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두 번 울고 있다.
인터넷 소외계층과 노약자의 경우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 피해 접수 기관이 서울에 집중돼 있어 지역의 피해자들에게는 제약이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접수를 받고 있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전화 문의도 어렵다”며 “피해자 조사를 정부가 독점하지 말고 지역이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12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 접수를 받고 있는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홈페이지에 접속해 봤지만 메인 홈페이지 화면 어디를 찾아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위한 배너 및 팝업창이 보이지 않았다.
어렵게 찾아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 피해 안내창도 상담문의를 위해 공개된 전화번호 단 1개에 불과했다. 심지어 수 차례 전화연결을 시도했지만 통화중일 뿐 끝내 연결되지 않았다.
이때문에 인터넷 소외계층과 노약자 등은 피해 접수는 고사하고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받는 것 조차도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 박모 씨(50·전주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접수를 받고 있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전화연결이 어려워 결국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북지회 소비자정보센터를 통해 간신히 가습기 살균제 피해 접수를 할 수 있었다.
지난 2007년 배우자와 함께 옥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박씨는 지난 2011년 2월 병원을 방문해 원인불명의 폐질환 진단을 받았다.
박씨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접수를 받는 정부가 광고 등 홍보수단을 통해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면서 “전화 문의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급한 대로 신청서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우편으로 보냈는데, 그쪽에서도 연락이 없어 제대로 접수가 됐는지도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모든 절차와 담당 부처가 서울권에 집중돼 있어 상당수 지역민이 제약이 따르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도내 가습기 살균제 피해 접수자들에 따르면 서울 아산병원에서만 등급판정이 가능해 생업을 제쳐놓고 서울로 향해야 하는 실정이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북지회 소비자정보센터 관계자는 “전화연결의 어려움과 정보전달의 미흡 등 현재까지 총 20여 건의 가습기 살균제 4차 피해 상담이 접수됐다”고 설명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이정현 사무처장은 “정부가 현재 가습기 살균제 피해조사에 대한 모든 것을 능력도 없이 독점만 하고 있다”며 “현재 제대로 시스템이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서 지역민들의 고통은 더욱 커져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이어 “수도권 외 자치단체에서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관련한 조사를 분담해 제대로 된 정보전달과 피해 접수, 등급판정 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시급히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