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는 잠수함이 된다
역은 섬처럼 아득히 떠 있고
세상의 모든 철길은 지워져 버리지만
내게 늘 종착역이었던 그대
아무 것도 갖지 못한 중량으로도
다만 사랑만 싣고
촉수로만 더듬어 그대에게 간다
사랑에도 비가 필요하다
△아무렴요. 사랑에 비가 필요하구말구요. 폭우는 폭우대로, 실비는 실비대로 사랑까지의 아득한 거리를 단번에 건너가게 하는 힘이 있지요. 폭우 쏟아지는 철길을 은밀한 촉수로 더듬어 나가는 기차의 방향계가 가늘게 떨리는 건 무뚝뚝한 기관사가 슬며시 추억의 깊은 주머니 속을 더듬기 때문이겠지요. 김제김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