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마주보기 ⑤ 명당 자리는] 당선자 계속 나온 '氣 센 방' 잡아라

전망 좋은 6·7층 경쟁 치열… 중진들 선점 / 20대 총선 6명 당선된 331~336호도 선호

“좋은 풍광, 조망권의 확보, 자연과 함께 숨 쉬는 여유로운 삶”

 

아파트 광고에서나 볼법한 문구다. 이런 문구와 들어맞는 장소가 소위 명당이다. 그러나 이런 공식이 완전히 들어맞지 않는 공간이 있다. 바로 국회의원 의원회관 내 의원들의 방이다. 한강이나 국회 분수대가 보이는 전망 좋은 방을 선호하는 이들도 있지만, 의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은 당선자가 지속적으로 나온 방이다. 당선에 관한 좋은 기(氣)를 받고 싶다는 게 이유다.

 

현재 의원회관에는 300개의 방이 있다. 그러나 모두가 원하는 방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의원 선수와 나이를 고려해 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치가 좋지 않은 2~3층은 초선 의원들에 배정된다.

 

반면 아파트의 로열층과 같이 전망이 좋은 6층과 7층은 선수가 높은 다선 의원이나 유력한 대선주자 및 실세 의원 차지다. 이 두 층에서는 국회의사당과 가깝고 분수대가 내려보이는 방이 가장 인기가 많다. 새누리당의 김무성·최경환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의 정세균·박영선 의원이 7층, 새누리당의 원유철 의원이 6층을 쓴다.

 

보좌관 A씨는 “의원들이 전망도 염두에 두고 방을 고르지만, 국회의사당이 보이는 자리에서 좋은 기를 받고 싶은 숨은 의도가 있다” 며 “일부 의원들은 방을 배정받은 뒤에 풍수인테리어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새로운 명당으로 자리매김 한 방들이 있다. 바로 의원회관 3층 화장실 옆에 있는 331호~336호 방이다. 331호는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 332호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 333호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 334호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 335호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 336호는 새누리당 홍문표 의원이 쓴다. 이들은 20대 총선에서 모두 살아 돌아왔다. 생환을 자축하기 위해, 이들은 모임을 만들었다. 바로 ‘화우회’다. ‘화장실 우측 방에 위치한 의원들의 모임’이란 뜻이다.

 

특히 의원들이 선호하는 명당은 따로 있다. ‘454호’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의원이 쓰고 있는데, 이곳을 거쳐 간 의원들의 선수만 따져도 14선 정도다. 과거에는 지난해 12월 별세한 이만섭 전 국회의장 썼는데, 이 의장은 비례대표 4선을 포함해 8선이나 했다.

 

이밖에도 방의 호수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의원들도 있다. 국민의당의 안철수 의원과 박지원 의원이 대표적이다. 안철수 의원은 5·18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518호를 쓰고 있고, 박지원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의 6·15남북 공동성명을 기리는 의미에서 615호를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