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대망론

지난 4·13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유력 대권주자들이 사라진 새누리당에서 친박계를 중심으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거론하며 ‘반기문 대망론’에 군불을 지피고 있다. 여기에 지난 15일 청와대 참모진 개편 인사 때 대통령 비서실장에 충청 출신 이원종 지역발전위원장을 임명하면서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용태 혁신위원장 등 충청권 인사들이 당청을 장악했다는 분석과 함께 새누리당 내에서 충청 대망론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이원종 비서실장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충청인 모임인 청명회 멤버로 두 사람 관계가 남다르다는 후문이다.

 

때마침 반기문 사무총장도 오는 25일과 29일 제주와 경주 등을 잇따라 방문, 안동 하회마을에서 기념식수와 함께 안동 일대에 살고 있는 종손들도 만날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는 반기문 총장의 이번 TK지역 방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선 반 총장이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경북을 찾은 것 자체가 내년 대권 행보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덩달아 국내 증시에서도 반기문 테마주들이 뜨고 있다. 반 총장의 친동생이 임원으로 있는 회사는 주가가 한달새 두배 가까이 올랐고 반 총장의 고향인 충북 음성에 소재한 한 회사는 최근 매수 주문이 몰리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하지만 반기문 대망론이 현실화되기에는 극복해야 할 난관과 검증 과정이 녹록지 않다.

 

우선 지난달 불거진 반 총장의 김대중 동향보고가 담긴 외교문서 공개는 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던져 주었다. 반기문 총장이 지난 1985년 외교부 참사관으로서 미국 하버드대 연수중에 당시 망명중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향을 전두환 정권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지난 주 실시한 한 여론조사기관의 대권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반 총장이 3위로 밀려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말 야권과 시민단체로부터 굴욕적이라는 질타를 받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반 총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극찬했다는 발언도 논란이 되었다. 이에 대해 반 총장의 해명이 있었지만 지난 3월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에서 반 총장을 면담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는 “원하는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4월 대한민국을 들썩이었던 성완종 리스트 사건도 그 단초가 반기문 대망론 때문이라고 성 전 회장이 자살 직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었다.

 

아직 반기문 사무총장이 국내 정치와는 선긋기를 하고 있지만 혹여 내년 대권에 뜻이 있다면 자신과 주변에 대한 성찰이 우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