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1년 우리는 바뀌었나 (상) 1년 전 그 때] "신종병 대처 체계 구축 중요성 깨달아"

전북 확진자·격리자 등 모두 1069명 관리 대상 / 공포심 만연·의료진 정보 부재 등 초기 어려움

1년 전, 5월 20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같은 해 12월 24일 0시를 기준으로 메르스 상황 종료가 선언될 때까지 전국적으로 186명이 감염됐고, 이 가운데 38명이 숨졌다. 길고 길었던 218일간의 메르스 악몽 기간, 누적 격리자만 1만 6752명에 달했다. 전북지역에서는 메르스 확진 환자 3명, 병원 격리자 34명, 자가격리자 728명, 능동감시자 304명 등 모두 1069명이 관리 대상으로 분류됐다. 메르스 상황 종료를 선언한 뒤 정부는 대대적인 국가 방역 체계 개편을 예고했다. 지금 당장 메르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이 발병한다면 1년 전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말한다. ‘터지지 않기 만을 바랄 뿐’이라고. 1년 전, 현장에서 메르스에 맞섰던 당사자 인터뷰와 감염병 관리 시스템 점검 등을 통해 감염병 대응 수준을 두 차례에 걸쳐 진단한다.

 

“2015년 5월 29일 타 지역에서 이송된 메르스 의심 환자 2명이 처음으로 입원했어요. 오후 1시 30분께 협조 요청 연락을 받은 뒤, 6시께 20대 간호사, 8시께 20대 외국인 노동자 환자가 도착했어요. 보호복을 입고 벗는 것 외에는 연습을 안 했는데…한마디로 ‘멘붕’(멘탈 붕괴)이었죠.”

 

전북대병원에서 만난 조정화(44) 간호사는 메르스 사태 당시 격리병동 책임간호사로 근무했다.

 

2015년 5월 20일 국내에서 첫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했을 때까지도 메르스는 피부로 와 닿는 감염병이 아니었다. 보호복 착용 교육만 받은 상태에서 메르스 의심 환자가 전북대병원으로 이송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기존 입원환자 7명은 다른 병동으로 옮겨졌다. 음압을 확인하고 CCTV를 가동했다. 간호사들의 얼굴에는 긴장감,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러나 8명의 간호사 중 누구 하나 ‘싫다’, ‘무섭다’ 말하지 않았다.

 

조 간호사는 “20대 간호사 환자는 N95 마스크만 착용하고 업무를 보게 했던 병원에 대한 원망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분노하기도 했다”며 “우리들도 처음에는 신종 감염병에 대한 정보나 경험이 없어 당황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름의 매뉴얼도 만들어 공유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혈관주사(IV)와 샘플 채취 등 침습적 처치를 가장 먼저 하고, 그 이후에 안 보여도 할 수 있는 일을 하라는 것이다. 보호복에 땀이 차면서 고글에 서리가 끼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메르스가 확산되면서 보호복을 담는 20L 플라스틱 쓰레기통이 하루에 20개씩 배출되기도 했다. 늘 퇴근 후에는 바이러스를 사멸시키기 위해 건지산을 1시간씩 산책했다. 그 기간 같은 병원 동료들은 건지산에 가지 않았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고 한다. 그만큼 메르스에 대한 공포심이 만연했다.

 

조 간호사는 “처음 접하는 신종 감염병에 대한 정보가 부재해 바이러스 모양, 전파 양상, 예방 지침 등을 배우면서 근무했다”며 “평소에 신종 감염병에 대한 교육과 인식 개선 등 대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밝혔다.

 

전북지역에서는 2015년 6월 5일 순창에서 첫 양성 환자가 나왔다. 순창 장덕마을은 마을 전체가 통째로 격리되는 초유의 상황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어 전주와 김제에서 잇따라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왔고, 학교와 유치원 곳곳에서 휴교령이 내려졌다. 5월 30일 능동감시자 4명이 발생하면서 메르스 관리가 시작된 이후 45일 만인 7월 14일 0시를 기점으로 모든 관리 대상자가 해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