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 인근 공용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 여성을 엿본 30대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자 논란이 일고 있다.
법원은 “(범행 장소가) 법이 정한 ‘공중화장실’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지만 국민 법 감정과 사회통념과는 다른 판결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주지법 제2형사항소부(재판장 이석재 부장판사)는 24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성적목적공공장소 침입) 혐의로 기소됐다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회사원 강모 씨(35)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4년 7월26일 오후 9시10분께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 모 술집 인근 실외 화장실에 몰래 들어간 강씨는 용변을 보고 있던 A씨(26)를 바로 옆 칸막이 사이로 머리를 들이밀어 훔쳐본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강씨와 변호인은 “술집 부근 실외화장실은 공중화장실이 아니어서 처벌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했고, 1심 재판부는 강씨가 훔쳐본 화장실이 형법에 정한 ‘공중화장실’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강씨에게 무죄를 선고 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12조는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공중화장실이나 목욕탕에 침입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규정돼 있다.
남성이 성적 목적으로 여자 화장실에 들어갔더라도 그 장소가 술집 화장실 처럼 공중이 아닌 손님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곳이라면 성범죄로 처벌할 수 없는 셈이다.
검찰은 강씨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법 제정의 취지를 외면하고 공중화장실의 개념을 너무 좁게 해석한 판결”이라며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와 같은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사실조회 회신서에 첨부된 전주시 덕진구에 있는 공중화장실, 개방화장실, 이동화장실, 간이화장실 현황에는 이 사건 화장실이 포함되지 않았다”라며 “이 화장실은 술집 영업시간에 맞춰 개방·폐쇄해 술집을 이용하는 불특정 다수 손님을 위해 제공되는 점 등을 종합하면 결국 ‘공중화장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이같은 판결에 대해 일각에서는 과도하게 법 적용만 따진 성범죄 무죄 판결이 국민의 법 감정과는 거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또한 ‘성범죄를 피하려면 공중화장실만 찾아서 이용해야 한다’는 판결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