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다방 풍경. 말쑥한 옷차림에 나이 지긋한 신사나, 동네 주먹이나 제비같은 치 등이 여종업원을 향해 음담패설을 하며 수작 걸거나, 급기야 손바닥으로 여성의 엉덩이 등 신체부위를 치거나 쓰다듬는다. 커피를 한 잔이라도 팔아야 하는 여종업원은 얼굴을 찌푸리거나 혹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맞장구치며 웃어넘긴다. 이런 풍경은 술집, 공장, 사무실 등 곳곳에서 벌어졌다. 여성은 ‘을’이고, 성적 노리개 대상 정도로 치부되는 경향이었다. 상당한 남성들의 머릿속에 그런 인식이 팽배한 탓에 여성이 있든 없든 남성들의 음담패설은 ‘자리를 부드럽게 하는 기름칠’로 치부되기도 했다.
사회적 약자 여성들은 불특정 남성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해도 그저 입술 질끈 깨물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주변 손가락질이 두려워, 너무 치욕스러워, 부끄러워 차라리 감추고 사는 것이 피해 사실을 밝히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보다 백 번 낫다고 여겼다.
그런 과거 사회의 경향은 피해 여성들의 고통을 양산했고, 뜻있는 인권운동가, 지식인 등을 분노케 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댄다고 했는데 동등한 양성 중 하나인 여성이 언제까지 남성의 추근댐, 추행, 폭력을 참고 견뎌야 한단 말인가. 그런 사회 분위기가 성숙하면서 결국 1994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특수강도강간, 특수강간, 장애인에 대한 강간, 강간치사상, 강간살인,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추행 등 성폭력과 관련된 처벌 범위가 크게 확대됐다.
이후 처벌법의 변화가 있었다. 2011년부터 기존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폐지됐다. 여성가족부의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법무부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분할, 시행되었다. 더불어 1961년 제정된 윤락행위방지법을 한층 강화한 성매매특별법이 2004년 제정되는 등 각종 성폭력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는 장치들이 강화되어 왔다. 성폭력범에 대한 처벌 수위가 강화됐고, 전자발찌 착용과 신상정보 공개까지 시행되고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는 전북에서 터진 김부남 사건, 대명동 화재사건 등도 크게 작용했다.
이를 비웃기나 하듯 박희태 등 정치인들은 물론, 교수와 공무원, 군장교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성추행 사건이 끊임없다. 이번에는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의 카페 여종업원 성추행 사건이 터졌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