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중단 장기방치 건축물 처리 골치

자치단체 정비권 있지만 사업성 낮고 예산도 부족 / 대부분 활용방안 못찾아

▲ 25일 전주 들사평 3길에서 1985년 착공 후 30년을 넘게 공사가 중단된 미준공 건물이 낡은 벽면을 드러낸 채 방치돼 있다. 박형민 기자

25일 오전 10시 전주시 덕진동 덕진초등학교 인근 주택가.

 

오래된 건물들이 늘어선 이 거리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건물 한 채가 을씨년스런 모습으로 서 있다.

 

이 건물 한 켠에는 각종 생활쓰레가 수북이 쌓였고, 건물 외벽은 오랜기간 비바람에 칠이 벗겨져 칙칙하다.

 

당초 시장 용도로 1985년 착공된 이 건물(지하 1층, 지상 2층)은 30%의 공정율을 기록하다가 그해 10월 부도가 나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권리관계 등으로 별다른 활용도를 찾지 못한 채 30년 넘게 방치됐다.

 

인근 주민들은 이 건물이 동네 미관을 해치고 있고, 범죄의 온상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이 지역의 이덕우 덕진동 통장은 “가뜩이나 낙후한 동네의 이미지를 더 어둡게 하고 있다. 이 건물 때문에 예전부터 이 일대는 우범지대로 꼽혔다”며 “하루 빨리 활용 방안을 찾거나 철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전주시 관계자는 “장기 방치 건축물의 경우 도시 미관 훼손과 안전사고 위험, 청소년 비행장소 전락 등의 갖가지 문제가 있기에 법에 따른 세부 규칙이나 재원 지원 방안 등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25일 전북도에 따르면 공사 도중 사업시행자의 자금부족이나 부도 등으로 미준공된 건축물이 지난 3월 기준, 도내에서만 24개에 달한다.

 

지역별로 보면 김제가 6개로 가장 많고, 전주(4개)·익산(4개), 남원(3개) 등의 순이다.

 

대부분이 숙박시설·근린생활시설 등으로 준공을 앞두고 공사가 중단된 곳도 있다.

 

이처럼 장기간 방치된 미준공 건축물들은 새로운 주인을 찾기 위해 경매·공매시장 문을 두드리지만 연거푸 고배만 들이키고 있다.

 

전주의 한 공인중개사는 “방치 건축물의 상당수는 권리관계가 복잡하고 철거 등 추가비용도 들 수 있어 낙찰이 쉽지 않다”며 “특히 전북의 경우 수도권 등 대도시권역에 비해 입지·수요면에서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활용방안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 방치 건축물로 인한 도시 미관 훼손 및 범죄 악용 등의 문제가 거론되자, 국토교통부는 이달 4일 공사가 중단돼 오랫동안 방치된 건축물을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경매 등을 통해 사들여 정비할 수 있도록 방치건축물정비법 시행령·시행규칙을 개정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을 바라보는 지자체들은 경매·공매를 통한 방치건축물 매입에 회의적이다.

 

장기 방치된 건축물 대부분의 경우 권리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다 철거 및 재건축 등을 위한 예산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도와 각 시·군은 정부 방침대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사업대행자로 삼아 매입해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방치 건축물의 상당수가 지역의 구도심권에 분포해 사업성이 높지 않다는 게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LH와 함께 장기 방치 건축물의 활용 방안을 찾고 있지만, 오래된 건물이 많고 사업성도 낮아 진척이 없다. 올해 안으로 정부에서 장기 방치 건축물 정비에 대한 세부 지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