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후 점검해 본 전북지역 공중화장실 안전 실태는 심각했다. 전북도 물환경관리과와 전북지방경찰청이 밝힌 전북지역 공원 여자화장실 비상벨 설치현황에 따르면 공원 288개소 중 익산 영등시민공원과 김제 검산소공원 등 총 37개소에만 여자화장실 내 비상벨이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작 12.8%에 불과하다. 그나마 설치된 비상벨은 경찰관서에 연결돼 있지 않아 범죄 등 응급상황시 이용자가 벨을 눌러도 경적만 울릴 뿐 경찰이 즉각 출동할 수 없는 구조였다.
전북 대표 도심인 전주지역의 경우는 더욱 심했다. 공원은 물론 체육시설과 시장, 관광지 등 공중 화장실 173곳 가운데 단 1개소에도 비상벨이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인적이 뜸한 공중화장실에 여성들이 마음놓고 출입할 수 있겠는가.
이처럼 공중화장실이 치안 사각지대로 방치돼 있는 것은 과거 화장실문화 개선운동이 열풍처럼 불었음에도 불구, 그저 보여주기식에 그쳤기 때문이다. 청결하고 편안한 화장실을 조성하는 데는 일정부분 성과를 거둔 것이 사실이지만 각종 성범죄 등에 대한 대응엔 미온적이었다. 2004년부터 지어진 공중화장실에 대해 남·여 화장실을 구분토록 했지만 그 이전에 지어진 화장실에 대한 대책은 없었다. 이번 사건 후 발의된 ‘강남역 묻지마 살인 방지법’에 2004년 이전 건물 화장실의 남녀 분리 내용이 담겼을 뿐이다.
화장실은 존중돼야 할 중대한 사생활 공간이지만 우리 사회는 제대로 챙기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공중화장실 몰카 등 성추행 범죄가 적지 않게 발생해 왔지만 정작 마땅한 치안대책이 없었다. 그런 미온적 대응이 급기야 살인사건을 불렀다. 또 어떤 범죄가 발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당국은 이제라도 남녀화장실 구분을 모든 공중화장실로 확대하고, 비상벨 설치, 경찰의 순찰 강화, 제한적 CCTV 설치 등 실질적인 공중화장실 안전대책을 세워야 한다. 화장실을 외진 곳에 배치하는 설계도 재고해야 한다. 아름다운 화장실 문화는 안전이 확실할 때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