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맞은 장석조 전주지방법원장 "양질의 사법서비스 제공…경청하는 법원 만들겠다"

▲ 취임 100여일을 맞은 장석조 전주지방법원장이 지역민들을 만난 소감과 향후 주요 추진 업무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박형민 기자
법원의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하는 피고인, 민사재판에서 유·무형 이익을 다투는 원고와 피고가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시시비비를 가려주는 재판장(법관)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성심성의껏 잘 들어주는 것이다. 자신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면 기대에 못 미치는 판결이 나오더라도 해당 법관에 대한 오해는 분명 줄어들 것이다. 일상생활에서도 상대방에 대한 가장 큰 배려는 ‘경청’이다. 법관의 경청은 바로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와도 직결된다. 또한 대법원이 최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구술심리위주 공판’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장석조 전주지방법원장(55)이 지난 2월 11일 취임한 이후 100여일 동안 도내 각 지역을 직접 돌며 가장 많이 들은 국민(도민)들의 말은 바로 “제 이야기 좀 들어주세요”였다. 취임 100일을 맞은 장 법원장을 만나 소감과 향후 전주지법 주요 추진 업무, 법관으로서의 자세 등을 들어봤다.

 

-취임 100일을 맞으신 소감이 어떠신지요.

 

“20년 이상 재판업무만 담당하다가 처음으로 사법행정업무를 담당하게 돼 과연 이를 제대로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전주에 부임해 접하게 된 법관 및 법원직원, 그리고 지역법조를 비롯한 지역민들께서 저를 따뜻이 맞아주시고 성원해 주셨고, 이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교감하고 배우면서 적응해 가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취임이후 일선 현장을 많이 다니신 것으로 아는데 느끼신 점이 있다면.

 

“현장에서 지역민들로부터 직접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향후 법원행정에 반영하기 위해 법원장 취임 후 초도순시를 통해 ‘지역민과의 소통 행사’를 가졌습니다. 먼저 1차로 지원과 각 시·군 법원, 등기소 관할 내 지역민들을 만났습니다. 취임 당시 법원장의 취향에 따른 의례적인 행사보다는 내실 있는 정상적인 법원업무 처리에 비중을 두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업무에 임했습니다. 내실을 다지기 위한 전제로서 국민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하기 위한 국민과의 소통이 필요했고 소통의 결과 예상보다 일이 더 많아졌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계속 청취해 법원 행정에 반영하실 계획이라고 들었습니다.

 

“1차에 이어 2차로 6월 15일까지 주민자치센터나 읍·면 사무소 마을회관 등을 직접 찾아가 국민, 도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계획입니다. 앞으로 도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대 국민 민원업무 처리 개선 모색 △구술변론 활성화를 위한 법원내 각 연구회 운영과 강화, 평가 △조정 활성화 △가사·소년재판의 후견적·복지적 기능 강화 △지역과의 지속적인 소통 △전주지법 제1기 대학생 블로그 기자단 운영, 봉사활동 기회 확대 등 시민사법참여 프로그램 다양화 등의 노력을 펼쳐 나갈 계획입니다.”

 

-취임이후 거의 매주 지역주민과의 간담회를 갖는 법원장은 이례적입니다. 주로 어떤 말씀들을 하시던가요.

 

“지역민들과 간담회 도중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가 법관 생활 30년 가까이 하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사실상 법원 직원들이 서류를 다 보고 판사는 도장만 찍는 사람 아니냐’는 말을 들었습니다. 충격적이었지요. 사법부에 대한 신뢰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국민들과 법원과의 거리감을 느끼셨다는 말씀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모든 서류를 판사들이 꼼꼼히 보고 있습니다. 절대 도장만 찍는 판사가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단순히 서류 심리에서 나오는 부작용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주민들께 물었습니다. ‘서류로만 이뤄져 빠른 결정이 나는 재판이 좋으십니까, 아니면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는 재판이 좋으십니까’라고.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는 재판을 원한다고 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전주지법과 대법원이 추구하는 구술변론, 바로 구술심리가 아닐까 합니다.”

 

-법원장님께서는 취임이후 재판의 ‘절차적 기본권’을 강조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헌법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중요시 합니다. 법을 집행하는 우리 법원의 소송절차에서도 그 부분이 이뤄져야 합니다. 실상 지금까지는 단순 서면으로만 재판이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 그런 절차적 기본권이 상실된 부분이 많았습니다. 물론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민사재판에서는 아직까지 낯선 부분입니다. 독일 법원의 경우 90%가 절차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절차적 기본권을 좀 알기 쉽게 설명해 주시죠.

 

“국민이 주체로서 소송 전 과정에서 참여하고 영향을 미치고 재판을 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서류보다는 법정에서 잘 들어보자라는 말입니다. 앞서 전주지법은 조정을 활성화하겠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변호사님들은 조정과 구술변론이 번거롭고 힘들어 환영하지 않으시겠지만 재판은 변호사들을 위한 것이 아닌 국민들을 위한 것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법관생활을 해왔고 그것이 올바른 사법부의 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취임 초기에 느끼진 점들을 앞으로 재임기간 어떻게 반영해 나가실 계획이신지요.

 

“저는 불합리한 융통성이나 무사안일보다는 합리적 기준과 원칙에 따른 제대로 된 재판과 사법행정을 추구하고자 합니다. 먼저 우리 법원이 국민을 위한 양질의 사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사법부의 독립과 원활한 업무처리 환경 조성을 위해 그 장애요인을 해소하기 위한 합리적인 방안을 적극 모색하겠습니다.”

 

-도민들의 목소리를 많이 들으셨는데 당부하고 싶은 말씀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도민 여러분께서 법원장과 지역민 간 간담회에 보내주신 관심과 성원에 대해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특히 간담회에 참석해 주신 여러 지역민들로부터 국민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가려는 법원의 노력과 의지를 높이 평가받아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재판과 민원 분야에서 따끔한 질책도 받았습니다. 현장에서 지역민들로부터 직접 수렴한 다양한 의견을 향후 재판제도나 법원행정 개선에 적극 반영하는 등 간담회의 취지에 걸맞은 노력을 다할 예정입니다. 도민 여러분께서도 법원을 믿고 더 큰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장석조 법원장은] 독일서 법학박사, 카약·스키 즐겨…원칙에 충실, 꼼꼼한 업무처리 정평

 

지난 2월 부임한 장석조 전주지방법원장은 서울 출신으로 휘문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다. 1983년 사법시험에 합격(25회), 연수원(15기)을 마친 뒤 군법무관, 서울민사지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 중앙지법 부장판사, 대전고법 수석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재직시절 독일로 법무연수를 떠나 독일 본 대학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따기도 했다.

 

원리원칙에 충실하고 합리성과 균형 있는 판결을 내리고 매사에 성실해 선·후배 판사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또한 세심하고 철두철미한 업무처리로 정평이 나 있으며, 법원장 부임 후 판사, 법원 직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법원은 지난 10여 년간 조정제도 활성화를 꾸준히 강조온 가운데 장 법원장은 서울고법 부장판사 재직시절 사건 당사자간 조정과 화해에 적극 나서 사건 조정률이 70%를 넘어서기도 했다.

 

‘무리한 소송으로 갈때까지 가보자는 식의 재판이 사건 당사자에게 이득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 그는 조정과 화해를 통한 사건 해결이 1·2·3급심 재판에 따른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임 후 곧바로 주소지를 전주로 옮기는 등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려는 기관장의 모습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명예도민증을 수여한 송하진 도지사가 이미 명예도민이 아닌 진짜 전북 도민이 된 사실을 알고 감탄했다고 한다.

 

“아내가 먼저 전북에 부임했으니 전북 도민이 되어야 한다며 주소지를 옮길 것을 권유했다”는 장 법원장은 “지역에서 법을 집행하는 법원의 장이 직접 주민세를 내며 신뢰의 법관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며 웃음 지었다.

 

지난 2008년 한국법학원 법학논문상을 받기도 했던 장 법원장은 그동안 바쁜 업무 속에서도 ‘집행절차에 있어서의 채무자 보호’(1996) ‘판결의 편취와 절차적 기본권’(1997) ‘우리 헌법상 절차적 기본권 : 헌법 제27조와 재판청구권에 관한 해석론’(1998) ‘신 민사사건관리모델 및 전자문서 교환의 운영실태’(2002) ‘헌법과 민사소송법’ (2005) ‘민사재판과 헌법적 판단’(2007) ‘재판 받을 권리의 헌법상 보장’(2009)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장 법원장은 지식법관의 모습이면서도 평소에는 카약과 스키 등을 즐기는 스포츠 마니아이기도 하다. 카약 실력은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섰고, 스키는 강사자격증까지 갖고 있을 정도로 레포츠를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