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시대 현종 5년(1014) 6월에 거란과의 전쟁에서, 전사한 장병들의 유골을 집으로 보내 제사를 지내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현충일(顯忠日)을 6월 6일로 지정한 이유는 6·25전쟁과 겹친 달이라는 것도 있지만, 이날은 24절기 상으로는 아홉 번째로 6월 6일경 들어있는 ‘망종(芒種)’절기일에 제사를 지냈던 전통을 고려한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1948년 8월 정부 수립한 뒤 2년도 채 못되어 6·25동란을 맞았으며, 이에 40만 명 이상의 국군이 사망하였다. 1953년 휴전이 성립된 뒤 3년이 지난 1956년 4월, 정부는 6월 6일을 현충일로 하고 공휴일로 지정하여 기념행사를 시행한 지 61년이 되었다.
국경일은 아니지만, 국군의 날과 함께 대한민국 국기법에 따라 국기를 달아야 하는 날이다. 오전 10시 정각부터 1분간 정부의 사이렌 소리에 맞춰서 묵념한다. 이날 하루만이라도 유흥업소에서는 노래와 춤을 금하고 일부 업소에서는 정기 휴업을 하기도 한다.
우리는 현충일 하루, 조기(弔旗)를 달고 묵념을 올리는 의례에 그쳐선 안 된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초개와 같이 목숨을 바친 선열들의 희생정신을 진심으로 기리고, 주변의 유족들에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나라와 민족을 지키기 위해 몸소 제물이 된 순국선열과 전몰군경의 헌신이 없었다면,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도, 삶의 터전인 영토도 보존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이분들 덕분에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경제 대국의 자리에 올랐고, 우리는 자유와 번영을 누리며 살고 있다. 국가와 국민이 이들을 기억하고 유족을 돌보는 책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다시 위기에 닥쳤을 때 누가 목숨을 걸고 나서겠는가. 휴전 상태가 반세기 넘도록 지속하면서 전쟁의 실상을 모르는 젊은 세대가 많이 늘어났다. 나라의 경제 발전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행복을 당연하게 여기고 기억해야 할 역사는 잊고 살지 않은 지 돌아보아야 한다. 나라가 있어야 나도 있고 미래도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이다. 전쟁은 둘 이상의 국가 간의 충돌이다. 만일 이 세계가 하나의 국가, 하나의 정부 아래서 운영된다면 내란이나 폭동과 혼란은 있을 수 있겠지만 이는 전쟁과는 완연하게 성격이 다르다. 국가가 형성되기 시작한 때로부터 지구위에는 수많은 전쟁이 일어났고, 그 전쟁의 역사는 곧 보훈의 역사와도 같다. 우리나라 보훈의 역사는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국가를 위해 전쟁에 참여하여 공을 세우거나 전사자에 대한 포상과 추모행사를 한 기록이 남아있다. 역사가 있는 곳에 국가가 있고, 국가가 있는 곳에 보훈이 있다는 의미다.
우리는 나라를 위해 희생한 영웅들의 영령을 기리고, 지금도 조국의 하늘과 땅, 바다에서 땀 흘리는 국군장병들에게 자부심을 줄 기회다. 또한 선열이 있었기에 후손인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당당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