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선수의 꿈 접어야 하나요?"

학교, 선수등록 불허 / 여고생 체전 못 뛸 판 / 전북교육청, 조율 나서

피겨스케이팅을 하는 도내의 한 여고생이 학교 측의 선수등록 불허로 전국동계체육대회 출전의 꿈을 접어야하는 딱한 사연이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평소 피겨스케이팅 선수를 목표로 훈련을 해온 전주 모 여고 1학년 L양은 지난 5월 학교에 선수등록을 요청했다. 전국동계체전에 출전하려면 학교의 선수등록서류가 5월 31일까지 대한빙상연맹에 전달되어야하기 때문이다. 또 전북대표로 뽑히려면 선수 자격이 있어야 체전 선발전에 나갈 수 있어서다.

 

하지만 2일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학교 측은 이미 운영하는 운동부가 있어 L양을 특기자로 인정할 수 없고 입학 당시에 별다른 협의도 없어서 선수등록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학교 측은 예전에 학생들의 특기 신장을 위해 골프와 레슬링, 복싱 선수등록을 허가한 적이 있는데 이 학생들이 수업에 자주 빠지고 조퇴도 잦아 일반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부작용이 드러나 이 같은 상황의 재연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학교 측은 L양의 선수등록을 허가하면 내년에 빙상종목을 하는 학생들이 다수 입학해 부득이 빙상팀을 창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매우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 재학생이 전국대회에 출전하게 되면 학교는 지도교사를 배정하고 선수를 직접 관리하도록 되어있어 출전 선수가 많아지면 새로운 운동부를 운영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게 된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학교를 방문해 L양의 선수등록을 허가해주도록 요청했지만 최종 권한을 가진 교장이 해외에 체류 중이어서 빙상연맹 선수등록 시한을 넘기는 사태에 이르게 됐다.

 

도체육회 관계자는 “빙상 종목 선수가 부족한 도내 상황에 비추어 L양이 선수로 등록해 활약해주면 좋겠지만 학교 고유의 권한이어서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도 “학교에서 선수등록을 해주면 연맹의 추가 등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도 “교장이 귀국하는 대로 학생의 특기신장과 진로, 행복추구권을 위해 L양의 선수등록을 허가해달라고 요청하겠다”며 “학교 입장이 바뀌면 빙상연맹에 추가 선수등록을 추진하겠다”고 말해 그 결과가 주목된다.

 

L양은 지난해 동계체전에 대비한 연습 도중 부상을 입은 뒤 수술과 재활치료를 통해 다시 훈련을 재개했으며 학교도 연합고사로 입학,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한편 L양의 부모는 “학교 측이 차라리 피겨를 할 수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가라고 했다. 특기자가 아닌 일반 선수등록이라도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는 내용을 페이스북에 올렸고 김승환 교육감은 긍정적인 답글을 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