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순환이 생명 살리는 길…전희식 〈소농은 혁명이다〉

첨단 농업 경고…농부는 자연 이치 돕는 사람 / 환경 보전 농사법 강조, 농민기본소득제 제안

착유 로봇이 우유를 짜고, 드론(무인항공기)이 방제를 하는 농촌. 눈부시게 발전하는 정보기술과 결합해 농업도 점점 첨단산업에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정부도 스마트농업, 6차산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제성·효율성을 강조하는 시대, 농업도 예외일수는 없다.

 

글쓰는 농부 전희식 씨가 <소농은 혁명이다> (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를 통해 농업의 첨단산업화에 이의를 제기한다.

 

농업은 생산성과 함께 환경보전적 기능이 중요한데, 현대농업의 과도한 산업화가 농업이 가진 환경보전성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농사없는 환경운동은 말짱 도루묵’이라고 할 정도로 농업의 환경보전 역할이 큰데 산업화가 되면서 농업의 공익적 기능이 축소·외면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내세우는 대안이 바로 ‘소농’이다. 소농은 규모라기보다는 농사법에 가까운데, 삶 전체의 변혁을 의미한다. 감자밭에 드문드문 울콩을 심어 공기중의 질소를 끌어와서 거름을 삼게하고, 가뭄이 오래돼도 식물 뿌리에 바로 물을 주지않고 멀찍이 물을 줘 뿌리가 스스로 물을 찾아 뻗어나오게 한다. 고추모종을 옮겨심으면서 2∼3일 그늘진 곳에 두고 물을 주지 않는 것은 모종의 모든 에너지가 물을 찾아 뿌리로 집중하게 하기 위한 것이며, 한 달 뒤에나 지지대를 묶어주는 것도 스스로의 힘으로 설수 있도록 돕는다. 이것이 소농의 농사법이다.

 

그는 이러한 농사법이 인류 문명의 폐해와 농업의 위기에 맞서 지구상의 모든 생명이 오래도록 다 같이 잘사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한 농가가 여섯 가정을 먹여 살리는 정도의 소농은 자연의 복원력을 해치지 않으면서 다음 문명을 순조롭게 이어가는 소통의 농사법이며, 농지를 보전하고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농민의 사회적 기여도를 고려해 기본소득을 보장하자고 주장한다. 이것이 농민기본소득제다. 이 둘이 조합을 이룰때 땅의 위기, 먹거리의 위기, 생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농사란 원래 사람과 가축, 땅과 물, 함께 사는 이웃이 막힌데 없이 잘 소통하고 순환하는 것이었다. 사람 역시 먹을거리와 입을 거리, 교육, 건강, 놀이, 문화 등을 모두 자연에서 가져왔다. 이 책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곰곰히 생각하게 한다.

 

책은 ‘한국농어민신문’을 비롯해 여러 매체에 선보였던 자연과 생명, 농사와 살림 이야기를 엮었다.

 

저자는 장수에서 자연재배 농사를 짓고 있으며, 농민단체와 생명평화단체 등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똥꽃> <땅살림 시골살이> <시골집 고쳐살기> <아름다운 후퇴> <하늘이의 시골일기> 등 농촌에서의 더불어 사는 삶을 책으로 기록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