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가 이번에는 전주정신으로 ‘한국의 꽃심’을 치켜들었다. 각 분야의 학자들을 중심으로 전주정신정립위원회를 꾸린 뒤 1년 여 논의와 주민 설명회 등을 거쳐 전주를 대표하는 정신으로 결정한 단어가 바로 ‘꽃심’이다. ‘꽃심’에는 대동과 풍류, 올곧음, 창신 등 4개 정신을 담고 있다. 모두가 조화롭게 어울리며 삶의 여유와 멋을 잃지 않고, 사람의 도리와 의로움을 추구하며, 창의적 미래를 열어가자는 뜻이 담겼단다.
전주의 역사성과 고유성, 미래성 등을 고려해 정했다는 전주정신의 ‘꽃심’은 국어사전에 없는, 신조어에 가깝다. 일반에게 생소한 ‘꽃심’이 보통명사처럼 전주의 정신으로 받들어진 데는 최명희 선생(1947~1998)의 소설 <혼불> 이 바탕이 됐다. ‘차현 땅 이남의 수모 능욕을 다 당한 이 땅에서 꽃씨 같은 몸 받은 조선왕조 개국시조 전주 이씨 이성계. 천 년이 지나도 이천 년이 지나도 또 천 년이 가도, 끝끝내 그 이름 완산이라 부르며 꽃심 하나 깊은 자리 심어 놓은 땅. 꽃의 심, 꽃의 힘, 꽃의 마음. 꿈꾸는 나라.’(최명희의 <혼불> 중에서) 혼불> 혼불>
“아름다운 것들은 왜 그렇게 수난이 많지요? 아름다워서 수난을 겪어야 한다면 그것처럼 더 큰 비극이 어디 있겠어요? 그러나 그 수난을 꿋꿋하게 이겨내는 힘이 있어 아름다움은 생명력이 있지요. 그 힘을 나는 ‘꽃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태어난 이 땅 전라도는 바로 그 꽃심이 있는 생명의 땅이에요.” 최명희 선생이 세상과 작별하기 직전 호암상 수상강연을 통해 밝힌 ‘꽃심’에 대한 생각이다.
작가가 생각하는 이렇게 숭고한 ‘꽃심’이 전주정신이라는 데 자부심을 가질 법 하다. 오히려 그 정신에 못미칠까 걱정이다. 전주정신이 이벤트성으로 끝나지 않고 명실공히 시민의 삶에 스며들도록 꽃심을 내야지 않겠는가.
김원용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