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의회가 전주시의 공공시설물을 이용하는 완주군민의 혜택을 없애는 조례개정을 추진하고, 완주군의회가 이에 상응하는 조례개정을 예고하는 맞불을 놓으면서 이를 바라보는 양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이번 조례 다툼에 대해 “전주와 완주의 통합 무산이후 중단된 통합 논의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긍정적 견해도 있지만, 이 보다는 “사소한 문제 때문에 큰 싸움이 벌어져 자칫 미래에 다시 제기될 수 있는 통합 논의에 찬물을 끼얹는 ‘소탐대실’이 될 수도 있다”는 부정적 견해가 적지 않다.
13일 전주시와 완주군에 따르면 완주군민에 대한 지원 내용을 담은 전주시의 조례는 모두 9건, 완주군이 전주시민에 주는 혜택은 5건 정도다. 전주시의회는 이미 완주군민의 혜택을 없애는 조례개정에 착수했고, 완주군의회는 한마디로 ‘두고 보자’며 상응하는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양 의회 모두 주민들을 위한 의정활동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양 지역 주민들의 갈등을 부를 수 있는 의정활동이 과연 바람직한 의정활동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 ‘난감’한 전주시= 문제가 된 ‘전주시 장사 등에 관한 조례’개정안이 전주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완주군민은 전주 승화원을 사용할 경우 기존 7만원에서 23만원이나 오른 30만원을 내야 한다. 지난해 승화원의 완주군민 이용 횟수는 전체의 10%인 757건이었다. 완주군민에 부여한 혜택으로 연간 9500만원 정도의 전주시 수입이 줄어든 셈이다.
여기에 전주시내 6개 노인복지관의 완주군민 이용을 제한하는 ‘전주시 노인복지관 설치 및 운영조례’개정안도 있다. 6곳의 등록회원 5만명 중 419명이 완주군 주민이다. 완주군민의 전주시 노인복지관 이용으로 일부 노인복지관의 경우 프로그램 수강 등록때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한다.
앞서 지난 3월에는 전주월드컵골프장 이용료 10%할인 대상에서 완주군민이 제외된 바 있다.
일부 전주시의원들은 이들 3건을 제외한 나머지 6건의 조례 중 완주군민의 혜택을 점진적으로 없앤다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전주시의 한 관계자는 “시의회에서 완주군민에 대한 혜택을 없앤다고는 하지만 완주군의회가 이에 대응할 경우 주민수가 많은 전주시의 손해가 더 클 수 있다”면서도 “시의회가 조례를 발의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우리가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 ‘현명한 판단’ 기대하는 완주군= 전주시의회의 조례 개정이 이뤄질 경우 완주군의회가 ‘대응책’으로 내놓을 수 있는 전주시민에 대한 지원 제한은 군내 묘지이용제한, 공원과 체육시설 이용 제한 등이다.
먼저 전주시민들은 ‘완주군 장사 등에 관한 조례’에 따라 완주군 공설묘지를 사용할 수 있는데, 이 조례가 시행된 2011년부터 올해까지 전주시민들의 이용건수는 전체 1768건 중 527건이었다.
또 전주시민들은 완주군 구이면 모악산 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해왔고 이용자의 90% 정도가 전주시민이다. 완주군의회가 조례 신설을 통해 이 주차장을 유료화할 경우 전주시민들의 부담 규모는 완주군민이 보는 전주승화원의 혜택 규모를 넘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완주군 국민체육센터와 근로자종합복지관의 수영장 이용제한이나 이용료 인상 등도 완주군의회의 대응책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용자가 많지는 않지만 고산문화공원내 밀리터리파크(서바이벌게임장)는 ‘혁신도시(전주·완주) 입주민에 대해 2017년 12월31일까지 50% 할인혜택이 주어지고 있지만 전주시민에 대한 혜택이 중단될 수도 있다.
완주군 관계자는 “어떻게 보면 양측 의회간 감정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인데, 그 피해는 결국 양측 주민들이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며 “두 의회가 현명한 판단을 내려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진퇴양난’의 양 의회= 박현규 전주시의회 의장은 문제가 된 개정조례안에 강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 의장은 “언젠가는 다시 통합 논의가 나올 수 있는데 상생해야 할 지자체간에 대결구도가 만들어져서는 절대 안된다”고 강조했다.
의원이 발의한 안건에 대해 반대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느끼는 의원들이 적지 않지만 오는 24일 열릴 본회의에서는 개정조례안에 대한 반대토론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7~10대 의회까지 전주시의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조례안 등은 모두 23건으로 이 가운데는 의원이 발의한 안건 2건도 포함돼 있다.
완주군의회는 전주시의회의 개정조례안 처리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성모 완주군의회 의장은 지난 9일 전주시의회를 방문해 조례안 통과시 완주군의회에서도 이에 상응하는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개정조례안을 대표발의한 이명연 의원은 “전주·완주 통합을 전제로 만들어진 조례를 통합 무산에 따라 원상복구하는 것이 무슨 문제냐”며 “조례는 명제가 사라진 만큼 원상복구하는 것이 합당하며, 전주시와 완주군의 상생은 양 자치단체가 새로운 협약을 맺고 그 때 다시 양 지역 주민에 대한 혜택을 주면 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조례개정이 전주·완주 통합 필요성에 대한 논의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며 “그러나 본회의에서 다수의 의원들이 개정조례안에 반대해 다른 결과가 나온다면 수용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오는 24일 열린 전주시의회 본회의는 전주와 완주의 상생과 갈등을 결정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인석, 백세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