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품 있다 말한다
바위틈 비집고 뿌리내리며
굽어지고 휘어진 것을
멍울멍울 몸에 박힌 옹이
솔방울 풍경소리로
일으켜 세우고
산천이 눈으로 덮이는 날
절벽에 나선다
푸르른 빛 내어 품는다
바위를 품어 굽은 등
엉클어져 껴안고 있다
△시인은 등 굽은 소나무를 퇴직한 배우자 같다고 한다. 척박한 사회에 적응하면서 용케도 버티어 온 배우자의 굽은 등이 아름답다 한다. 멍울멍울 몸에 박힌 옹이가 솔방울 풍경소리로 일으켜 세우듯, 배우자의 몸을 떠올린다. 바위 틈새에 뿌리 내린 소나무의 강인함은 배우자의 눈물이 버티어 온 생의 모습. 인고(忍苦), 고행(苦行), 삶의 휘몰이처럼 소나무는 바람을 그렇게 만들어 세상에 내보낸다. 이소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