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속 세입자·집주인 간 분쟁 '천태만상'

월세 상습체납 '배째라식'…법정 소송까지 / 보증금 반환 차일피일 미루는 악덕 주인도

전주시 서부신시가지 부근에서 5층 높이 75.2㎡ 규모의 다가구주택 한 채의 월세가 유일한 수입원인 차양석 씨(63·전주 효자동)는 최근 ‘악성 세입자’로 인해 골머리를 않고 있다.

 

보증금 3000만원 월세 55만원에 2년 계약한 세입자 김모 씨(41)가 월세를 연간 3차례 밖에 내지 않고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딱한 사정이 있는 줄 알고 김 씨의 사정을 이해하려던 차 씨는 그가 다른 곳에서도 월세를 2년 이상 체납해 재판을 하고 있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계약기간을 3개월 넘긴 지난 현재 보증금 잔금도 밀려있는 상태다.

 

차씨는 “유일한 방법은 명도소송 뿐 인데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태”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내집 장만이 힘들고 임대거주자들이 늘어나면서 차 씨의 경우처럼 ‘배째라 식’ 세입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계약기간 만료 후에도 집을 비우지 않거나 월세를 차일피일 미루고 버티다 집주인들이 결국 포기하면 다른 집으로 옮기는 경우다.

 

전주시 중화산동에서 5층 높이 69㎡ 크기의 원룸을 10년 넘게 운영한 김진형 씨(72)씨는“밀린 월세 100여만원보다 소송에 드는 비용과 기간은 큰 부담”이라며“이런 점을 이용하는 막장 임차인들이 간혹 있지만 돈이 더 드는 소송이외의 방법이 없어 차라리 몇 달 월세 포기하고 다른 세입자를 들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냥 내보낼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임대료를 갑자기 올리거나 계약만료이후 보증금 반환을 차일피일 미루는 악덕집주인의 사례도 여전하다.

 

전주시 금암동의 한 원룸에 거주하던 표진영 씨(30)는 “집주인이 현금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이사한지 3개월이 지났으나 보증금 300만원을 돌려주지 않고 미루고 있다”고 호소했다.

 

대법원이 발간한 ‘2015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전북지역의 명도소송 건수는 496건으로 해마다 4% 가량 늘고 있으며, 임대차 보증금 관련 소송 건수는 351건으로 나타났다.

 

집주인이나 세입자 모두 소송은 최후의 수단이다.

 

전주 효자동 대공 공인중개사 이고영 씨(47)는“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소송은 보통 1년에서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리는데다, 승소해도 각종 소송비용 부담이 크고, 밀린 집세나 보증금을 받으려면 별도의 절차까지 필요하기 때문에 소송의 실익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