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 친 후 연락처 받고 가도 ‘뺑소니’

조치 없이 떠난 운전자 항소 기각

보행자 상대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가 피해자의 연락처를 받았더라도 적절한 조치없이 현장을 떠나면 ‘뺑소니’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전주지법 제1형사 항소부(재판장 장찬 부장판사)는 19일 보행자 교통사고를 낸 뒤 아무런 조치없이 사고 현장을 떠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상 도주차량)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250만원을 선고받은 김모 씨(39)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고 당시 피고인은 차량에서 내리지도 않은 채 현장을 이탈해 중학생인 피해자가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이 부당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도 “사고 당시 피해자의 무릎에서 피가 흐르는 모습을 육안으로도 구분할 수 있었지만 피고인은 차량에서 내려 어린 피해자가 다친 곳이 있는지 살펴보지도 않았다”며 “일반적으로 자동차와 보행자 간의 교통사고는 경미한 충돌에도 보행자가 상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마땅히 피해자를 병원으로 데려가 진단·치료를 받게 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김씨는 지난 2014년 11월28일 군산시 소룡동의 도로에서 승합차를 운전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A양(13)을 친 뒤 연락처만 받은 채 아무런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난 혐의로 기소됐다.

 

A양은 이 사고로 무릎과 발목·허리 등에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다. 당시 A양의 무릎에선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김씨는 운전석 창문을 연 채 A양이 불러주는 전화번호만 받아 적고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를 알려주지도 않은 채 현장을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사고 직후 차를 멈춰 피해자 상태를 확인했는데 외상이 없고 피해자도 ‘괜찮다’고 했다”며 “피해자의 전화번호를 적은 후 사고 현장을 벗어났기 때문에 도주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