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소통] 전북지역 대학신문

예산·인력·위상 '↓'…위기 속 활로 찾기 안간힘

▲ 지난 6월 18일 열린 전북대신문 창간 62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지난 6월 18일, 전북대신문사의 창간 62주년 기념식이 개최됐다. 수십 년의 터울을 두고 선·후배 기자 동문들이 모여 오랜 기간 버텨온 대학신문사의 역사를 자축했다.

 

그러나 그저 기쁘지만은 않다. 한 동문은 “90년대만 해도 수습기자 한 명 뽑을 때 7: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했다”며 “지금은 과거에 비해 기자도, 신문도 모두 축소된 것 같다”고 낮아진 대학신문사의 위상에 대해 씁쓸해 했다.

 

군산대신문 역시 지난 6월 15일, 500호 발행이라는 경사를 맞았다. 1979년 첫 발행된 이후 37년간 꾸준히 발행되어 온 것이다. 그러나 올해 파격적으로 축소된 예산과 규모로 인해 그저 기쁨을 만끽하고만 있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매년 줄어드는 규모…문제는 ‘돈’

 

대학신문은 매년 간소화되고 규모가 축소되는 것이 이제는 당연시 되어버렸다. 특히 사립대에 비해 재정상황이 열악한 국립대에서는 그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전북대신문사는 2년 전까지 매 호 10000부의 신문을 발행·배포했지만, 지난해부터는 이를 8000부로 줄였다. 이어 지난해까지 연 20회 발행하던 신문 호수마저도 올해는 16호로 축소했다.

 

그나마 전북대신문의 경우 거점국립대학이기에 주간지의 명분이라도 이어나가고 있지만, 군산대신문은 지난해까지 격주로 발행하던 신문을 올해부터는 월간지도 바꾸었다. 매 호 6000부씩 발행하던 발행부수 역시 올해 4000부로 축소했다.

 

이처럼 대학신문의 규모가 끊임없이 작아지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돈’이다. 장기간 이어져 온 경기침체와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축소 속에서 대학신문사는 매년 ‘예산삭감 1순위’ 부속기관이 되어버렸다. 군산대언론사의 경우, 약 4년 전과 비교해 1/3 수준의 예산만이 올해 편성되었다.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전북대신문사 역시 매년 예산이 삭감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신문의 사활, ‘슬림화’, ‘전자화’

▲ 한 학생이 전북대신문을 읽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학신문사들도 활로 모색에 나섰다.

 

발행 부수와 제작 호수의 축소에 대처하기 위한 가장 대표적인 방안은 역시 전자신문이다. 2000년대 이후 대부분의 대학신문사들은 인터넷신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전북대신문사의 경우 인터넷사이트의 모바일 앱버전도 운영하며 스마트폰 구독자의 편의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SNS 페이지를 활용한 마케팅을 통해 구독자를 늘리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군산대신문 역시 월간지로 축소된 종이신문 발행 횟수를 극복하기 위해 인터넷 신문 서비스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시시각각 기사거리가 발생하면, 종이신문 발행까지 기다리지 않고 수시로 업데이트하여 기사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군산대신문사의 인터넷신문 페이지인 ‘황룡닷컴’에 광고배너를 유치하여 부족한 예산을 충당하는 등 다방면으로 인터넷서비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군산대언론사의 경우 파격적으로 축소된 예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조직의 슬림화’라는 칼을 빼들었다. 지난 2013년부터는 대학 신문사·방송사·영자신문사를 ‘군산대언론사’라는 하나의 기관으로 통합했고, 지난해에는 그 세부 조직도 개편하는 등 조직의 간소화를 감행한 것이다. 군산대언론사 최현재 주간교수(군산대학교·국어국문)는 “군산대언론사의 상황이 절박한 만큼 기민하게 움직여 상황을 타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인력난 극복, 양질의 기사 만들어야

▲ 군산대신문은 지난 6월 15일 500호 특집을 발행했다.

물론 대학신문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이 금전적인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종이신문이 과거만큼 트렌디한 매체가 아니다보니 학생기자 수급도 어려운 문제가 되었다. 전북대신문사는 현재 총 7명의 학생기자가 신문을 만들고 있다. 오병훈 편집장(전북대학교·철학)은 “방송사 수습국원은 비교적 수급이 원활한 것에 반해 신문사로 오려는 신입생이 줄어들고 있다”며 “언론의 트렌드가 종이신문에서 방송매체로 옮겨가고 있다는 사례인 것 같다”고 전했다. 기자의 수가 줄어들다보니 양질의 기사를 뽑아내기도 쉽지 않게 되고, 이는 다시 구독자 수의 저하로 이어져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3년간의 임기제 역시 기자 수급에 방해요소이다. 대부분의 대학신문사는 1학년에 수습기자를 받은 후 3년간의 활동 후에 퇴임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그렇다보니 군 입대와 같은 학업 중단의 사유가 있는 학생들은 언론사로의 발길을 주저하게 된다. 이에 군산대언론사의 경우 중도에 군 입대를 한 학생기자가 전역하면 복직이 가능하게 하는 등 임기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해 인력난을 극복하고 있다.

 

한편 군산대언론사 최현재 주간교수는 학생기자들의 전문성 부족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학생기자의 경우 본업이 학과공부를 하는 학생인 만큼 기성 기자들과 비교하여 전문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군산대언론사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자교육 프로그램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그간 기성 언론사에서 주관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학생기자들을 파견하던 것에서 나아가, 자체적으로 교육프로그램을 제작하기도 하였다. 전북대신문사 역시 매 방학마다 자체적으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전문성 향상에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체·차별성이 경쟁력 확보의 핵심

 

이 같은 경제적 어려움과 낮아지는 위상 속에서 대학언론이 지향해야 할 앞으로의 발전방안은 무엇일까.

 

전북대신문사 오병훈 편집장은 모호한 정체성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대학신문사와 별개로 학교 홍보부 등에서 뉴스서비스와 보도자료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 같은 대학 홍보자료와 대학신문의 역할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병훈 편집장은 “대학신문은 단순히 학교를 홍보할 목적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견제·비판하고 학생들에게 알권리를 보장할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며 “따라서 단순히 학교 차원에서 이룩한 업적이나 성과보다 학생들의 실제 학교생활에 와 닿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더욱 의미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정체성을 확보해야만 대학신문사의 필요성을 부각시켜 지속적인 투자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군산대언론사 최현재 주간교수는 거대담론과의 차별성을 두어야 대학신문이 읽힐 것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이미 기성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재편집하여 보도하는 기사는 지양해야 하고, 지역·학생중심의 기사를 발로 뛰어 작성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전했다. 군산대신문은 이를 위해 작성된 기사의 현장취재 정도에 따라 원고료를 차등지급하는 방안도 시행하고 있다.

 

한편 최현재 주간교수는 앞으로도 예산의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만큼, 종이신문의 발행 횟수는 더욱 줄어들고 인터넷신문과 메일링서비스 등을 통해서만 기사를 제공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미 종이신문의 발행을 중단한 대학신문도 적지 않다. 그러나 여전히 종이신문에 대한 학생기자들의 고집은 남아있는 상태이다. 전북대신문사의 경우 타블로이드판에 대한 이야기도 간혹 오가지만, 대판신문에 대한 학생기자들의 애정이 깊어 지면개정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기존의 관행과 형식도 고려하며 균형 있고 신중하게 변화와 간소화를 진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 윤재량 전 전북대 신문사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