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회귀운동

 

‘신토불이’노래는 가수 배일호를 뜨게 만들었다. 반대로 배일호의 노래로 ‘신토불이’가 우리 농산물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운 대중적인 용어가 됐다. 노래로 대중화되기 전 1989년 우루과이라운드협상을 앞두고 농협이 ‘우리 농산물 애용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면서 ‘신토불이’가 일반에 쓰이기 시작했다. 조선시대 의서인 <향약집성방> 과 <동의보감> 등에 비슷한 의미의 표현이 있어 신토불이의 어원으로 삼기도 한다. 그러나 일본의 용어를 차용했다는 게 학자들 견해다. 일본은 ‘신토불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을 펼쳤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식품을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취지의 이 운동은 일본의 신농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사실 우리 농업에서 일본 따라 하기가 적지 않다. 이를 굳이 터부시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농업기술이 발달하고 고령화 문제 등으로 농업의 어려움을 겪는 일본의 앞선 경험들을 우리 실정에 맞는 농업의 지혜로 활용하면 될 일이다. 신토불이나 지산지소운동을 ‘로컬푸드’로 발전시킨 게 그 예다.

 

국내 시군 마다 ‘귀농 1번지’를 내세우며 도시민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일본에서는 2000년대 초부터 ‘100만인 농촌 회귀 운동’이 활발히 펼쳐졌다. 10년 전 도쿄 신주쿠에 위치한 시민활동 공동사무소를 방문했을 때 일본의 각 자치단체들에서 보낸 홍보 전단과, 농업 관련 체험학습이나 강좌, 농촌 정보를 담은 팸플릿이 곳곳에 빼곡히 전시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일본에서도 농촌의 고령화에 따른 새 활력을 도시민 유치에서 찾았던 것이다. 일본의 자치단체들이 귀농 타깃으로 삼은 대상은 퇴직연금을 갖고 귀향에 대한 욕구가 높은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團塊) 세대’(1947∼1949년생)였다.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각 자치단체들은 도쿄를 비롯, 주요 도시에 귀농정보센터를 두기도 하고, 자체 별도 조직을 만들거나 위탁 형태로 도시민 귀농 창구를 활짝 열어 놓았다.

 

우리의 경우 베이비붐 세대(1955~1963)가 이제 본격적으로 은퇴하는 시점에 와 있다. 마을 주민들과 공무원들이 도시민 유치를 위해 앉아서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섰던 일본의 사례를 취재한 기억이 새롭다. 출향 인사가 현재 도민 수보다 많은 인적자원이 전북의 큰 자산이다. 은퇴시기를 맞은 전북지역 출향인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고향 회귀 운동’을 벌여 봄직 하다. 김원용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