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군산에 사는 회사원 장모 씨(29)는 출근길에 운전하던 중 도로를 달리던 전동 스쿠터를 피하려다 사고가 날 뻔했다. 장 씨는 “가슴을 쓸어내린 당시 상황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며 “전동 스쿠터가 왜 인도가 아닌 도로를 달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노인과 장애인이 이용하는 전동 휠체어, 전동 스쿠터 등 전동 보장구는 도로교통법에 ‘차(車)’로 분류돼 있지 않아 도로를 달릴 수 없으며, 보행로(인도)를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인도보다는 도로 위를 달리는 전동 보장구가 적지 않아 사고 위험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28일 전북도에 따르면 도내 장애인에게 지원된 전동 보장구는 지난해 1월 기준으로 전동 휠체어 1619대, 전동 스쿠터 7181대 등 모두 8800여 대에 달한다. 그러나 개인이 사비로 구입한 전동 보장구는 현황 파악이 되지 않아 실제로는 이보다 많은 전동 보장구가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 4월 한국소비자원이 전동 보장구를 3년 이상 이용 중인 장애인 또는 보호자 28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중 35.5%가 사고를 경험한 것으로 답했다.
사고 유형별로는 ‘턱·장애물 등에 의한 걸림’ 사고가 41.2%로 가장 많았고 ‘간판 등과 같은 외부 장애물과의 충돌’ 36.3%, ‘운행 중 정지’ 32.4%, ‘차량과의 충돌’ 24.5%, ‘보행자와의 충돌’ 22.5% 등의 순이었다.
사고경험 비율은 인도 외 도로를 주로 이용하는 전동 보장구 이용자(43.5%)가 인도를 주로 이용하는 경우(28.8%)보다 14.7%p 더 높았다.
전동 보장구 이용자가 도로를 주로 이용하는 이유로는 50.4%가 ‘노면이 비교적 더 안정적이어서’라고 답했고, 이어 ‘장애물이 비교적 적어서’ 46.6%, ‘비교적 안전해서’ 27.5%, ‘비교적 덜 혼잡해서’ 9.9% 등으로 응답해(중복응답), 전동 보장구가 다니기 불편한 인도의 환경으로 인해 도로를 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동 보장구 이용자들이 다니기 불편한 인도 환경 때문에 도로로 내몰리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사고위험도 커지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지난 2월 19일 완주군 봉동읍에서는 3차로를 달리던 전동 휠체어 운전자 A씨(50)가 차선을 변경하던 체어맨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전북재가노인복지협회 장봉석 회장은 “전동 보장구의 바퀴가 작기 때문에 인도 블록 사이에 끼어 넘어지는 안전사고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인도에 주정차된 차량 등 장애물도 많고 인도 자체도 평평하지 않은 곳이 많아 도로를 이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전동 보장구가 도로 위를 달리는 것은 당연히 불법이지만 인도에서 보행자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인도 정비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도로로 다니는 전동 보장구를 단속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노인·장애인 단체 등 관련 기관과 시·군에 적극적으로 홍보해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