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7일 저녁 8시. 전주시 중화산동의 한 문화 공간에 전 아나운서이자 책 저자로 활동 중인 와인드 컴퍼니 박근아 대표의 생각과 삶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50여명의 청년들과 시민들이 모였다. 이날의 시간은 1%지식나눔의 27번 째 강연회였던 것. 1%지식나눔(이하 지식나눔)은 필자를 비롯해 지역에 애정 있는 소수의 청년들이 모여 매월 진행하고 있는 강연회다. 지금까지 박원순 당시 전 변호사를 비롯해 김용택 시인, 독도 지킴이 반크의 박기태 단장, 투어컴그룹 박배균 회장 등이 지식나눔을 통해 전북청년들과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함께했다.
지역 청년들 꿈 훔치는 도둑에 맞서
많은 애로와 우여곡절 속에서도 지식나눔을 이어가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지역 청년들의 꿈을 훔쳐가는 ‘꿈도둑’에 작게나마 맞서고자 함이다. 꿈도둑은 다음과 같은 형태로 나타난다. 첫째, 사람이다. 그것도 가장 가까운 사람들 특히 부모, 형제, 친구 등이 꿈도둑일 가능성이 높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걱정한답시고 부정적인 말로 꿈을 빼앗아 간다. 자신만의 꿈을 이룬 사람들의 성공 스토리들을 기억하는가? 인연을 끊는 일도 불사하겠다는 결사 반대자들이 나중에 “너는 될 줄 알았다”며 자신들의 과거의 말과 행동을 잊은 사례들이 꼭 뒤따른다.
둘째, 환경이다. 2년 전, 전북대 한 수업에서 게스트 특강 명목으로 강연을 할 기회가 있었다. 대학생들에게 한 첫 질문은 “서른 살 즈음이 되면 받고 싶은 희망연봉이 얼마입니까?”였다. 돈의 액수를 알고 싶은 게 아니라 생각의 사이즈를 알고 싶었다. 사람은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생각하는 대로 살기 때문이다. 4000만 원이 제일 많은 답으로 나왔다. ‘희망’이라는 말을 굳이 붙여줬으니 좀 더 과감했으면 어떨까 싶었다. 액수에 담긴 의미가 짐작은 됐다. 본인 주변사람들이 버는 수입을 생각했을 거고 희망연봉이라 했으니 거기에 500~1000만원을 더했으리라. 그런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너나 할 거 없이 1억, 3억을 버는 사람들만 있다면 과연 희망연봉 액수를 4000만 원이라 했을까. 꿈도 마찬가지다. 내가 꿈이 없는 이유는 내 주변에 꿈을 꾸고 꿈을 이루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문제인 것이다. 근묵자흑 근주자적(近墨者黑 近朱者赤)이라는 동양의 옛말처럼 한 사람이 평생에 걸쳐 어떤 사람들을 만나느냐가 그 사람의 크기를 결정한다.
얼마 전, 독일 철학자 페터 슬로터다이크는 오늘 날의 시대정신을 냉소주의라고 진단했다. 냉소는 세상만사 모든 것의 의미 없음을 토로하는 극단적인 허무의 감정이다. 웬만한 일에는 감동하지 않으며 열정을 불태우지도 않는단다. 앞서 말한 꿈도둑 외에 천편일률적인 교육제도, 탐욕스러운 권력가, 무능한 정치인 등도 청년들이 자신들의 꿈에 냉소적이게 한 꿈도둑 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마냥 포기와 체념으로 꿈도둑들이 원하는 대로 둬선 안 되겠다. 지식나눔의 목적은 바로 우리를 감싸고 있는 환경을 조금이나마 바꾸기 위해서다. 나만의 길을 주저 없이 가는 사람들의 용기를 나누고, 서로의 꿈을 응원해주는 사람들의 연대를 구축하고자 함이다.
인간성 회복은 내 꿈 지키기부터 시작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역을 조금씩 빼앗아 가고 있는 시대에 우리가 정말 경계해야 하는 건 갈수록 인간을 닮아가는 기계가 아니다. 나날이 기계를 닮아가는 인간이다. 인간성 회복은 꿈도둑들로부터 내 꿈을 지켜내는 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정희현 대표는 전북대 신문사에서 일했으며 여의도연구소 정책아이디어 공모 입상 경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