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아낀다고 '곡선도로' 만드는 전주시

팔복동 남양아파트~평화공업사 구간 계획 변경 / 예산 56억 절감 이유…커브길 2곳 생겨 사고 위험

전주시 팔복동 천변에 일자형 도로가 아닌 구불구불한 4차선 도로가 개설되는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시는 일자형 도로를 개설하는 것보다 예산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인근 주민들은 차량통행이 잦은 이곳에 곡선도로가 개설될 경우 사고위험이 커져 행정 편의만 앞세운 도로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3일 전주시와 덕진구에 따르면 서신동과 팔복동 추천대교를 잇는 전주천 변 왕복 4차선 도로개설을 위해 지난달부터 8월까지 도시계획시설(중로 1-10호선) 결정안을 공람공고하고 있으며 현재 관련 기관과 협의 중이다.

이 도로 구간은 팔복동 남양아파트에서 평화공업사까지 800여m다.

애초 이 도로는 지난 1973년 세워진 도로계획선에 따라 사업비 106억 원을 들여 천변 옆 팔복동을 일자로 가로지르는 형태로 건설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도로 개설 지형의 높낮이 차이로 도로 개설 시 인근 지역으로의 진·출입이 불가능해 연결도로를 설치해야 한다는 점과 공사구간 중 사유지가 78% 이상이어서 과도한 사업비가 든다는 이유로 지난해 4월 계획이 변경됐다.

현재 결정된 변경안은 애초 계획보다 전주천 변 쪽으로 옮겨져 제방을 따라 도로가 건설될 예정인데 시는 이 선로 변경의 가장 큰 이유로 예산 최소화를 들고 있다.

실제 변경안은 기존 도로 공사구간보다 사유지 비율(45%)이 낮아 예산이 대폭 절감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변경안은 50억 원의 예산밖에 들지 않아 기존 안보다 56억 원이 감소한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그러나 기존 도로계획선보다 굽은길이 2곳이 생기고 심지어 커브의 회전 반경이 작아 이 도로에 진·출입하는 차량과의 사고 위험이 높은 단점이 있다.

현재 이 지역은 제방 도로로 통행이 이뤄지고 있지만 도로 폭이 좁고 차량 교행이 어려운 점, 보도가 없는 점 등의 위험성이 있는 데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양방향 1800여 대의 차량이 오가 도로개설이 시급한 상태다.

또 도로개설 후 20년 뒤에는 하루 평균 7800여 대가 넘는 차들이 왕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시의 단순 예산 절감 이유로 도로 선형을 변경하는 것은 사고위험을 등한시한 도로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해당 지역 주민들은 40년 동안 도로계획선에 포함돼 재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해온 데다 선형이 변경될 경우 일부 종중 선산까지 침해한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도로 개설 시행자인 전주시 덕진구 관계자는 “재정이 열악한 상태에서 50억 원이 절감되는 새로운 노선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추후 도로 설계를 할 때 진입로와 선형 위험을 최소화하도록 빈틈없이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