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에서 예고없는 갑작스런 하천 방류로 하류에서 다슬기를 잡던 주민이 물에 휩쓸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전 통보없는 방류 사고는 4년 전 전주에서도 발생했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아 지자체들의 안전관리 소홀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지난 1일 오전 10시10분께 남원시 조산동 요천에서 다슬기를 잡던 최모 씨(90) 등 할머니 3명이 갑작스러운 방류로 불어난 물에 휩쓸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최씨 등 2명은 인근 풀숲으로 대피해 무사했지만, 유모 씨(78)는 출동한 119구조대에 의해 의식이 없는 상태로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치료 도중 지난 2일 오후 늦게 숨졌다.
사건 당일 남원시는 호우예비특보로 폭우가 예상되자 노암동 승사교 가동보(하천 수위를 조절할 수 있는 수리구조물)를 열어 가둬놓았던 물을 방류했다.
평소 무릎 정도 높이로 잔잔했던 하천이지만 수문을 열자 거센 물살이 어른 허리 높이 까지 갑자기 불어났다.
가동보로 부터 100m가량 떨어진 사고지점은 평소에도 주민들이 다슬기를 잡으러 많이 오는 곳으로 알려져 하천 방류시 주의가 필요했지만, 남원시 측은 물을 방류하기 전 하천 하류를 순찰하거나 경고 방송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남원경찰서 관계자는 “남원시 측에 과실이 있는 것으로 보고 가동보 담당과 시 관계자들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며 “1차 조사는 완료했고 추가 조사를 진행해 과실 여부가 인정되면 업무상 과실치사혐의로 입건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의 문제점은 과거 도내에서 일어난 하천 방류 관련 사고들과 같은 인재(人災)라는 점이다.
지난 2012년 전주천으로 자연학습을 나온 유치원생 8명과 교사가 전주시 동서학동 한벽보 아래에 있는 징검다리를 건너다 사전 예고 없이 방류된 물에 휩쓸려 100m 가까이 떠내려가는 등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 이후 전주시는 제2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후 도내 다른 시·군에서도 하천 방류 시 매뉴얼 등 안전 대책을 마련했지만, 이번 사고에서 드러난 것처럼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하천의 보나 수문 같은 경우 시·군에서 관리하거나 농어촌공사에서 관리하는 경우도 있어 일괄적으로 파악하기 힘들다”며 “평소 수문 조작 전 방송 등을 통해 경고하지만 이번 같은 경우 그런 것이 미흡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남원=강정원 기자, 천경석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