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있다 같이 가서 일해요" 엄마 살린 효심

새벽 콩나물 물 주러 가다 딸 기다린 덕에 참변 모면

“콩나물 보러 창고로 들어갔으면 난 아마 여기 없었을 것이여….”

가족들과 함께 집의 절반을 콩나물 재배 창고로 개조해 콩나물을 키워 판 지 40년 됐다는 최모 씨(59). 그가 창고로 넘어가려던 찰나 벼락처럼 등장한 무게 1톤가량의 바위와 마주친 때는 4일 새벽 5시 50분께였다.

사고가 일어나기 불과 10여 분 전 혼자 작업장으로 가려던 최 씨는 “엄마 조금 있다 가요. 아들 재우고 나도 함께 작업 도와줄테니 잠깐만 있어요”라는 딸(24)의 말이 아니었다면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고 했다. 딸의 말을 듣고 최 씨는 우선 안방에 있었고, 손자가 잠든 뒤 딸과 함께 작업장으로 나가려던 순간 바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집에는 최 씨를 비롯해 잠이 든 어머니(80)와 딸(24), 손자(7개월)가 있었고, 아들(20)은 콩나물 배달을 하러 집을 나간 사이였다.

새벽부터 혼자 일하러 나가는 어머니가 안쓰러웠던 딸은 아이를 재운 뒤 어머니와 함께 콩나물에 물 주는 작업을 하기 위해 만류를 한 것이었는데, 그녀의 따뜻한 효심이 어머니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작업장에 물주는 모터가 있어요. 매일 새벽 5시가 되면 가서 물을 틀고 콩나물시루마다 물을 주거든요.” 최 씨는 사고가 난 뒤 구경꾼들이 몰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떨어진 돌 때문에 물을 끌어오는 기계가 파묻혔다”며 메말라가는 콩나물을 걱정했다.

“그동안 절개지로 둘러싸인 집에서 이사할 생각은 안 했냐”는 질문에 최 씨는 “이사 가려고 집도 알아봤지만, 지금 집도 안 팔리고 돈도 없어 콩나물 장사로 일단 생계를 이어가는 중이었다”고 했다.

이번 낙석이 처음이 아니라는 최 씨는 콩나물시루 약 50통을 남겨두고 가족들과 함께 자신의 여동생 집으로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