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국토부 공공기관 개혁

▲ 김상설 삼창감정평가법인 전북지사 감정평가사
한전, 석유공사, 석탄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에너지 관련 공기업들이 철퇴를 맞고 있다. 모두 낙하산 인사와 문어발식 방만한 경영이 주요 요인이다. 공기업 개혁의 핵심은 민간기업이 수행 가능한 업무는 과감히 민간에 넘겨 시장경제를 활성화하고, 공기업은 민간이 수행하기 어려운 핵심역량 사업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개혁방향을 정반대로 거스르는 사태가 국토교통부에서 일어나고 있다. 토지 공개념 도입 및 지가체계 일원화정책의 일환으로 지난 27년간 감정평가사가 수행하고 있는 부동산가격 공시업무의 대부분을 민영화 대상인 한국감정원에 넘기려 하고 있다. 그것도 감정평가사가 아닌 비자격자가 수행 가능하도록 하는 법령안이 예고되어 있다.

 

공기업은 국가자격증이 없어도 자격자보다 더 우월한 지위를 부여받을 수 있는 특권이 있단 말인가? 민간 전문가가 27년동안 수행하던 업무를 아무런 이유도 없이 빼앗아 공기업에게 부여하는 것이 과연 현 정부의 개혁방향에 합당한 것인가?

 

나아가 감정평가 타당성조사, 보상평가 검토, 담보평가 검토 등 감정평가사에 대한 포괄적인 지도감독권, 감정평가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듯한 무작위 추출 방식의 표본조사, 감정평가회사의 사적 정보재산을 강제로 등록하게 하여 한국감정원이 관리하게 하는 지적 재산의 사실상 수용 등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과잉규제 조항 들이 한국감정원법 시행령 등으로 입법예고된 상태이다. 대한민국 어느 전문가집단에 국가이외의 감독기관이 따로 있다는 애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변호사업계의 전관예우에 의한 비리가 수시로 터지고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불신 풍조는 법치주의를 무력화하여 일반 국민을 무력감에 빠지게 하지만 변호사업계를 감독하는 별도의 공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기업이 부도날 때마다 약방에 감초처럼 등장하는 것이 회계감사의 부실문제이다. 자본주의의 파수꾼인 공인회계사가 회계감사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여 많은 국민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례가 빈번하여도 공인회계사를 감독하는 공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변호사업무와 공인회계사의 업무에 비하여 감정평가업무는 일반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훨씬 작고 부실정도도 미미한 분야에 불과한데도, 굳이 국가자격제도의 근간을 뒤흔들면서까지 감독기구를 만들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엄중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국토교통부는 정부의 개혁방향마저 무시하는 초법적인 기관인가?

 

국토교통부는 지금 당장 정부의 개혁방향을 충실히 따라야 할 것이다.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대로 한국감정원은 모든 감정평가업무에서 철수해야 한다. 부동산가격 공시업무의 대부분을 수행하면서 어떻게 감정평가업무에서 완전 철수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또한 감정평가사 지도감독기관이 필요하다면 소수정예의 감정평가사 50~100명 정도의 조직이면 충분한데도 감정평가사 아닌 500여명의 비자격자가 왜 필요하단 말인가? 부동산가격 공시업무는 국가의 부동산정책과 국민의 재산권보호의 초석인 만큼 공기업이라는 이유로 감정평가사 아닌 자가 수행하게 해서는 안되며, 이는 건전한 국가자격제도의 근간을 훼손시키는 행위임이 명백하다. 국토교통부는 국민에게 봉사하는 정부기관인지, 정부의 개혁방향과는 아랑곳없이 관피아가 설치는 700여명에 불과한 한국감정원 1개 기관만을 위한 부처인지 대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