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감] 군산 '기와커뮤니케이션'

예술-기업 연계, 문화적 소통·상생 가꾸는 거점

▲ 기와커뮤니케이션이 파견예술인과 함께 진행한 교육프로그램에 참가한 시민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군산시 상나운길 3길 방향으로 걷다보면 명화학교가 나오고 그 뒤로 빈 의자가 놓여있다. 언제부터인가 이 도시에서는 빈 벤치 하나 찾기가 어려워졌다. 길을 가던 누구든 앉아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의자. 바로 근처에 있는 ‘기와커뮤니케이션’도 그런 곳이다. 의자와 예술적 감성을 마련해두고, 놓치고 살기 십상인 상생의 소통을 찾게 하는 공간이다.

 

거리에 빈 의자 하나 놓인 걸 보기 힘든 도시. 사람들은 움직여야 하고 어딘가에 앉아 쉬기 위해서 비용을 치러야 한다. 기와커뮤니케이션은 이런 도시에서 좀 별난 곳이다. 공터에서 놀던 아이들과 길 고양이에게 자리를 내 주는 곳이랄까. 건물 1층에 널찍하게 자리잡은 공간은 ‘문화카페 요다지’. 예술인파견지원사업(예술인의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터를 필요로 하는 예술인을 연결해 주는 사업) 파견예술인 공간 ‘소우주’로 구성돼 있다. 밖에서 보면 평범한 문화공간 같지만 파견예술가와 함께 디자인사업 및 문화교육을 함께하는 상생의 감성 찾기 공간이다.

 

△예술 안은 기업, 기업 안은 예술

▲ 파견예술인과 함께 진행한 벼룩시장에서 시민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이처럼 기와커뮤니케이션은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다소 딱딱한 사고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예술인이 개입하면 생각이 유연해진다”며 예술인파견지원사업을 통해 독창적이고 예술적인 사회 공헌의 새로움을 함께하고 있다.

 

예술인파견지원사업은 기업 속에 예술의 혼과 창의력을 심어놓아 기업의 문화예술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는 현 정부가 강조해 온 ‘창가문답(창조경제의 가시화는 문화에 해답이 있다)’의 구체적인 결실이 기업과 예술인의 만남에서 맺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문화관광체육부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추진하는 예술인파견지원사업은 올해 3년째를 맞이한다. 특히 올해는 산업의 문화화를 기치로 1000명의 예술인들이 약 300개의 기업으로 찾아가 창조와 혁신의 과제를 예술적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예술인파견지원사업을 통해 엮어진 기업과 예술인들은 조직문화 개선, 복리후생, 교육훈련, 제품 기획, 홍보 마케팅, 사회 공헌 등 6개로 분류된 유형에 따라 활동 계획을 수립하고 8개월간의 예술적 협업에 돌입한다.

 

기와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임지산 운영자는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세 가지를 기본 철학으로 심는다고 한다. 사람과 사람, 협업의 다양성, 그리고 생태적 가치의 더 큰 세상이다. 이들의 다양한 활동은 하나의 키워드로 수렴되지 않고 뚜렷한 의도가 보이지 않는 것들인데 이는 끌어안고 끌어안기를 반복하는, 즉 함께 나아가기 위해 서로의 다른 점을 인정하고 포용해야 한다는 맥락이다.

 

△예술을 껴안아 소통으로 모으다

▲ 파견예술인이 거리디자인을 하고 있다.

파견예술인 김상덕(회화), 안명호(설치), 오종원(설치), 조인한(영화)작가는 기와커뮤니케이션에서 11월까지 아름다운 포옹을 함께한다.

 

김상덕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음…. 예술가는 개인의 필요와 욕구에 의해서 작업을 해요. 그러나 그 행위 안에는 사회적 역할을 수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작업이 보통은 작업실 내부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전시회가 아니면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기가 쉽지 않아요. 파견지원사업은 이러한 부분에서 예술인과 기업, 기관을 연결시켜주어서 그러한 활동들을 펼쳐 나갈 수 있게 해 주는 것 같아요. 뭐, 그렇다고는 하지만 저의 가장 큰 목적은 경제적인 이유에서 였지요. 한달에 120만원을 준대요. 그에 따른 과정과 결과물이 있어야 하고 그 일을 하는 동안 상당한 시간을 들여야 하지만요. 그래도 다른 일에 비해서 작가적 입장을 가져가면서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니고 대등한 관계로 있을 수 있다는게 좋아요.”

 

안명호 작가는 “예술인이라면 누구나 자기가 하고 있는 예술활동으로 돈을 벌고 싶어 하잖아요. 예술인 파견은 거기에 가까운 형태의 일자리라고 생각해요. 이전에는 주로 교육활동으로 돈을 벌었는데, 저한테는 누구를 가르친다는게 잘 맞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원하는 형태의 기업을 찾기가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정도의 일자리를 자기가 하는 예술활동과 관련해서 얻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오종원 작가도 비슷한 입장이다. “저 역시 마찬가지로 아무래도 뚜렷한 수입이 생긴다는 게 무척 큰 동기겠지요. 또 뭐라 할까, 아직 더 늦기 전에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다는 생각도 하였고 잠시라도 어딘가에 소속될 수 있다는 그런 만족감 같은 것이 있는 것 같아요. 특히 경험적인 부분에서는, 사실 국내 분위기도 그렇고 하나의 회사나 집단에 들어가면 쉽게 옮기거나 바꾸기가 쉽지 않잖아요. 이 파견 사업은 잠시긴 하지만 이런저런 기업과 일들을 경험하고 관찰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어요.”

 

조인한 작가는 “처음에 이 사업에 대한 소식을 듣고 지원하기까지 고민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경제적 지원은 언제나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존의 작품 혹은 전시 지원 사업의 경우 지원금의 활용 범위가 어느 정도 제한적인데 반해 참여예술인 사업의 경우 일반 회사에서 월급을 받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 창작비에서 부터 실재 생활비까지 지원금을 탄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작가의 입장에서는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사실 기업과 일한다는 점에서 약간의 부담과 걱정을 느꼈던 것은 사실입니다. 사업에 지원할 당시 어떤 종류의 기업이 이 사업에 참여하고, 어떤 방식으로 기업과 예술인들 사이에서의 매칭이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질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무작정 단순노동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일하게 될 기업에 대한 걱정이 제일 컸다고 볼 수 있죠.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질문들에 답을 찾기가 그리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을 통해 새로운 기회가 생길수도 있다는 약간의 기대감도 있었습니다. 앞으로 진행하게 될 사업의 종류에 따라 어떤 무형적인 결과물 역시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2년째 기와커뮤니케이션 방향이 꾸준히 유지되며 ‘느슨하지만 단단한’관계를 운영진 내부에서 그리고 참여자들과 유지해올 수 있었던 건 어쩌면 거창한 목적이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소통과 상생을 찾는 건 답을 구하지 못할 일일지 모르지만 이곳 이 공간은 꾸준히 서식지를 만들고 누군가 잃어버린 상생을 찾도록 함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