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구성원 간의 신뢰가 없으니 거래비용이 증가함은 물론 천문학적 갈등 조정비용만 소요된다.
원인이 뭘까?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나타난 성장지상주의다. 절차와 과정은 무시해도 목표만 달성하면 되고 내실보다는 외형을 지향하고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요시해온 성장지상주의가 오늘날 우리 국가를 저 신뢰 구조로 만든 가장 큰 원인이다.
성장지상주의는 경제는 물론 정치에서도 많이 나타난다. 국회의원, 단체장, 지방의원 등 정치인들은 4년간의 짧은 임기 동안 국민에게 가시적 성과를 보여 줘야 한다.
정치인들에게 다음 선거 승리를 담보해 줄 외형적 성장지상주의 유혹을 피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기본을 가꾸는 일보다는 보여주기 위한 성과에 매달리게 된다.
물론 외형적 성장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되어선 안 된다.
민선 6기 발효문화투자 선도지구 같은 대규모 개발사업 성과도 있었지만 그보다 애착이 가는 성과가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클린순창의 성공적 추진이고 둘째는 지역문화지수 향상이다.
클린순창운동은 취임 초기인 2012년부터 추진한 농촌환경 개선운동이다. 클린순창 운동을 처음 추진할 때 반대 의견이 많았다. 농촌 환경개선보다는 대규모 개발사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하지만 각종 폐기물의 방치와 환경오염, 농지의 폐허화는 우리 생활 자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또 소비자들이 깨끗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란 농산물을 선택할 리 없다.
관광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크다. 농지에 폐비닐이 수북하고 쓰레기 오염이 심각한 지역을 다시 찾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즉 클린순창 운동은 농산물 판매와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했던 사업인 셈이다.
클린순창 운동을 본격 추진한 지 4년 차를 맞는다. 지난해 매립장 반입 쓰레기가 급감하고 농촌 들녘에 폐비닐이 눈에 띄게 줄었다. 쓰레기 분리수거도 정착 단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군민의식이 변하다. 이제 순창지역 행사에서는 종이컵 등 일회용품을 찾기 힘들다. 처음에는 불편해 하던 주민들도 이제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인다.
또 자발적 클린순창 운동 추진단체들이 생겨 읍면 시가지에 꽃을 심고 도로변에 있었던 불법 소각장을 퇴출했다. 주민의식 변화가 순창의 미래를 바꾸고 있다.
문화지수 향상도 마찬가지다.
순창은 얼마 전 문체부에서 발표한 군 단위 문화지수 전국 상위 10위권 안에 드는 성과를 거뒀다. 문화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우리 군에는 큰 의미가 있다. 취임 초기부터 노력해 순창에 군립도서관 작은 영화관과 미술관, 청소년문화의 집, 일품공원 등이 생겼다. 중요한 것은 미술관에서 아이들이 미술을 배우고 주말이면 일품공원에서 주민들이 꾸미는 작은 예술공연도 열린다. 또 군립도서관에서는 인문학 강좌를 들을 수 있는 등 문화향유 기회가 많아진 점이다.
문화향유 없이 진정한 삶의 질 향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히 아이들이 건전한 문화 향유를 통해 바른 가치관을 형성하고 미래를 바꿔 갈 수 있다.
클린순창 운동과 문화융성 사업은 현재보다는 미래에 대한 투자이면서 기본을 튼튼히 하는 사업이다. 그래서 애착이 간다. 덕건명립 형단표정(德建名立, 形端表正)이라는 논어의 한 구절이 있다. 덕은 알맹이를 뜻하니 속이 알차면 이름은 저절로 드러난다는 뜻이다. 민선 6기 성장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알맹이가 튼튼한 순창을 만들면 순창은 절로 드러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