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이 중학생 과정을 미리 배우거나 중학생이 고등학교 과정을 미리 배우는 것은 사실 특별하게 교육적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닌데도 지난 수 년 동안 사교육 시장이 점점 팽창한 것은 교육제도 특히 입시제도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필자가 운영하는 중학교는 신입생을 전국 단위로 모집하는 학교여서 신입생을 선발할 때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로 중학교 과정을 물어 아이들을 뽑았던 적이 있다.
이렇게 중학교 과정을 배운 아이들을 뽑으면 공부를 잘하기도 하지만 가르치기도 한결 쉽다. 우수학생을 모집하는 고등학교가 대부분 이 방법을 택하고 있으나 선행학습을 하지 않은 학생이 답을 말할 수 없도록 문제를 출제하는 방식은 교육학적으로 가장 나쁜 방법 중 하나이다. 대학 역시 선행학습에 숙련되어 있는 학생들을 우수한 인재라고 평가해 뽑고 있다.
선행학습은 주로 학원이나 과외 등 사교육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으로써 경제적으로 어려운 자는 접할 수없는 불평등으로 교육의 기회 균등에 반하는 것이다. 어느 부모 밑에서 태어났느냐 하는 것으로 계층이 형성되어 버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자손 대대로 잘 살아야겠다는 인간의 욕망을 탓할 바는 아니지만 자신의 의지나 노력과 상관없이 태어난 지역이나 출신만으로 계층이 형성되어 버린다면 그런 사회는 발전의 가능이 없다고 본다.
평등한 민주 사회는 모든 사람의 출발점이 같을 수 있도록 교육의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공정한 사회를 건설할 때 바르게 그 길을 갈 수 있다. 이를 이루는 여러 방법 중 하나가 국가가 공교육을 활성화해서 선행학습을 제도적으로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선행학습의 폐해가 너무 커서 이를 금지하는 법으로 ‘공교육 정상화법’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학교에서 선행학습을 못하게 함으로 학생들이 학원으로 몰리게 되자 학교에서도 선행학습을 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교육부가 입법 예고했다.
그 개정 내용이 방학, 방과후 학교, 농산어촌 지역 학교 등에서는 선행학습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교육부가 진정으로 공교육 활성화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선행학습 금지법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고, 공교육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상급학교 진학에 대한 입시제도의 재점검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우수 인재의 양성이 꼭 필요하다고 한다면 창의성을 요구하는 심도 있는 학습으로 고급과정(Advanced course) 개설을 검토하는 것이 오히려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선행학습에 드는 비용은 가계에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빈부가 사교육에 의해 좌우된다면 사회적으로 부패를 양산하는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공교육만으로 모든 것이 가능할 수 있도록 제도화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