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실종

정부가 지난 13일 전격 발표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THAD·사드) 배치지역은 경상북도 성주군이다. ‘성주 참외’의 고장 성주는 즉각 강하게 반발했다. 15일 황교안 총리가 성주를 방문했지만 트랙터를 동원한 시위 군중 속에 갇혀 옴짝 달싹 못하다가 겨우 빠져나가는 큰 곤욕을 치렀다. 이후 황 총리는 국회에 출석해 사드 배치의 당위성을 설파했다. 박대통령도 의지를 굽힐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다만 성주 군민들의 마음을 안정시킬 지원책을 찾고 있다고 한다. 또 황총리를 고립시킨 성주 시위 당시 외부 세력이 개입했다며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성주 군민들의 ‘사드배치 불가’ 시위는 정부가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마치 전시 군사작전 하듯이, 해당 주민들의 의사와 전혀 상관없이 ‘사드 성주 배치’를 전격 발표한 데 따른 당연한 반발이다. 정부는 성주 군민의 처지를 잘 살펴야 한다.

 

처음 사드 한반도 배치는 논란거리에 그치는 듯 했다. 중국의 반발이 워낙 거셀 것으로 예상됐고,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실리적인 중거리 외교가 필요한 한국 입장에서 긴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무기를 굳이 배치할 필요도 없다는 의견이 국민들 사이에 많았다.

 

하지만 1년전부터 미 국방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한반도 사드 배치 검토’ ‘한반도 사드 배치 논의 필요’ 등 언급이 나오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북한이 문제였다.

 

북한은 핵실험과 더불어 핵탄두를 탑재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탄 기술을 뽐냈다. 실제로 북한은 사거리 500㎞ 전후의 스커드 미사일을 비롯해 노동, 광명성, SLBM 등 강력한 미사일 능력을 과시하는 무력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사드 성주 배치 확정을 겨냥, 황해도 미사일기지에서 3발의 미사일을 동해로 발사했다. 언제든 미사일을 날려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북한의 무력도발이 잦을수록 안보 수위는 높아질 것이고, 결국 사드 성주 배치는 불변할 것이다.

 

이런 경우는 낯설지 않다. 20년 전 새만금 갯벌 매립 갈등, 10년 전 부안 방사성폐기물처리장 갈등, 5년 전 35사단 임실이전 갈등이 컸고, 최근에는 항공대 이전 갈등이 첨예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주민 의견수렴 없이 정부나 지자체 일방결정 때문에 갈등이 커졌다는 사실이다. 소통을 강조하지만 정작 필요할 때 소통은 없었고, 주민은 답답하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