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공인회계사, 변리사의 감독기능을 정부부처와 금융감독원이 행사하고 있으므로 한국감정원도 감정평가업무의 감독권을 가질 수 있다는 주장은 지나친 비약이다. 한국감정원은 원래 공적기관이 아니라 사적 담보평가 전문기관이었고 각종 비리에서도 자유롭지 못한데(서울리조트 부실감정평가로 감정평가업계 사상 최고액인 170억원 손해배상 판결 받음), 무슨 도덕성과 능력(직원의 2/3가 비자격자임)으로 감독기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인지 수긍하기 힘들다.
금년 5월 대통령이 주재한 제5차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는 한국경제의 생존전략은 규제개혁에 있다고 인식할 정도로 규제개혁이 시대의 최대 화두가 되고 있으며, 범정부적인 규제개혁위원회의 권한이 막강하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국토교통부는 오히려 없던 규제를 신설하는 용맹성을 발휘하고 있다. 2016년 1월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는데, 감정평가정보체계의 구축·운용에 관한 사항이 임의규정에서 강행규정으로 바뀌었으며, 그 위반에 대한 과태료 처분조항까지 신설하였다. 현재 동법률의 시행령·규칙이 입법예고중인데 의무등록 감정평가의 범위로 보상평가, 소송평가, 경·공매평가, 재개발 관리처분평가 등으로 위임입법의 범위를 초월하여 매우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있다. 감정평가서에는 부동산소유자의 인적사항, 금융관계 등의 개인정보와 감정평가사의 영업비밀, 전문가의 판단자료 등 여러 가지 민감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감정평가회사의 사적 재산권이다.
감정평가정보체계 구축의 목적이 특별한 공익이 있는 것이 아니고 감정평가업무에 잘 활용하는 것이라고 국토부 스스로 자인하였는데, 결국 감정평가사들의 법정단체인 협회가 현행법에 따라 자율적으로 잘 운영하고 있는 제도를 제3의 공기업에 강제로 이관시켜 동일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이는 필요없는 규제를 신설하여 민간업계를 통제하겠다는 그이상의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것이 과연 범정부적인 규제개혁의 취지에 합당한 것인가?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을 육성해야할 의무가 있는 정부가(지식재산기본법),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할 헌법적 의무에도 아랑곳없이, 민간회사의 지식재산을 아무런 대가도 없이 강탈해 갈 수 있는 것인지 현 민주헌법하에서 심각한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새로 제정된 감정평가사법에서 감정평가협회는 임의단체에서 법정단체로 전환되어 그 위상이 한층 강화되는 만큼, 국민이 우려하는 부실감정사태에 대해서는 강한 자정기능을 발휘해야만 앞으로 관피아가 설치는 기생조직에게 감독을 당하는 수모를 겪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