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전북유치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2008년 봄 당시 기공식에 참석했던 대통령의 축사에 언급된 ‘60고 초려’라는 표현이 이를 상징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이후 블록공장의 선체조립과 함께 2009년 초에는 선박에 대한 착공식을 가진다. 당시 ‘축구장 면적의 4배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도크와 한 번에 400대의 자동차를 들어 올릴 수 있다는 골리앗 크레인’의 완공기사는 지금도 생생하다. 이어 2010년 초에는 역사적인 생산라인 준공이 뒤 따른다.
무엇보다 조선산업의 불모지였던 전북에 조선업 생태계를 구축한 것은 큰 성과였다. 이로써 1995년의 현대 상용차, 1997년의 대우자동차 군산공장과 함께 조선업이 어우러지며 수송산업의 서해안 벨트가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부풀게 했다. 더욱이 조선소 준공과 함께 풍력발전시설 제조공장을 건설하고 그 완제품을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세계에 수출하게 된다는 계획까지 발표되어 신재생에너지와 해양산업 등으로 연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청사진과 로드맵까지 만들게 했다.
현대중공업의 전북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대하다. 연평균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전북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군산경제의 2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전북도 수출의 약 9%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총 고용규모 역시 직영 700여명을 비롯해 사내 협력업체 40개사와 사외협력업체 42개사 등 총 5100여명에 이른다.
특히 현대중공업이라는 세계적인 조선기업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과 향후 새만금과 연계되는 지역발전 계획이 맞물려 창출 가능한 시너지효과를 고려한다면 그 기대감은 더욱 크다.
근래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경기불황과 조선업 부진 등이 맞물려 현대중공업도 자구계획안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수주부진이 길어질 경우에 대비해 건조 효율성이 떨어지는 도크부터 순차적으로 잠정 가동 중단에 들어갈 것’이라는 방침이 알려지면서 조선소 협력업체와 지역민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그룹 내 다른 조선소와 달리 도크가 1기뿐이어서 도크 가동 중단은 곧 조선소 가동 중단으로 해석된다. 예컨대 10개의 도크를 운영 중인 울산조선소와 1개의 도크를 가동하는 군산조선소는 체감도가 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행히도 최근 현대중공업은 ‘군산조선소가 건조 중인 물량의 마지막 인도 시점은 내년 3분기로 향후 신규 수주 물량이 확보되면 그룹 내 다른 조선소와 마찬가지로 일감 배분이 이뤄질 것’이라며 도크 폐쇄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무튼 인력과 설비규모 조정을 골자로 한 자구안을 둘러싸고 지역차원에서도 조선소를 지키는 것은 물론 관련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대응논리 마련에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어렵게 조성된 조선산업과 지역산업생태계의 유지, 수요 증대 시점에서의 재구축에 따른 경제성의 기회비용, 중후장대형 조선산업이 차지하는 지역경제의 비중, 기타 지역사회에 미치는 다양한 영향 등 구조조정 문제가 재검토돼야 한다는 주장이 각계에서 일고 있다.
요컨대 군산조선소의 도크 존치는 물론 고용유지와 함께 조선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지원 등을 통해 내일을 대비해야 할 것이다. 특히 향후 예상되는 조선시장 회복기에 선제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기회요인을 만드는 것이 긴요하다. 구조조정의 미명하에 어렵게 마련된 조선해양기자재산업 발전의 지역산업생태계를 없애는 ‘교각살우’의 실수를 범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지만 태동하여 이 짧은 기간에 일군 세계 최대 규모의 도크와 골리앗 크레인을 초라한 산업유산으로 남길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