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가운 입고 외출' 논란

병의원 밖 근무복·환자복 차림, 감염에 노출 / 금지법안 발의…의료계 "과잉입법 소지 커"

▲ 28일 전주시의 한 병원에서 병원 종사자들이 근무복을 입은채 외출하고 있다. ·박형민 기자

“더운 날씨에 인근 편의점을 금방 갔다 오는데 근무복까지 갈아입어야 하나요?”

 

도내 일부 의료기관 종사자와 환자들이 근무복과 환자복을 입은 채 외출을 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근무복과 환자복을 입고 병원 밖을 돌아다닌 뒤 다시 병원으로 들어오면 감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하며 법적 제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8일 정오께 전주 시내 A 종합병원의 모 의사는 가운을 입은 채 병원 인근 편의점에 들러 컵라면과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 기자가 취재를 위해 이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고 있던 10여분 사이 가운과 근무복을 입은 의사와 간호사 등 병원 관계자 12명이 들어왔다.

 

이들은 컵라면과 김밥, 햄버거, 샌드위치, 우유, 음료수 등 다양한 식료품을 오랜 시간 들었다 놓기를 반복했다. 병원 밖 접촉이 많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흰색 가운과 명찰을 착용한 한 의사는 “병원 식당의 점심 메뉴를 봤는데, 오늘도 반찬이 별로인 것 같다”며 자신이 편의점에 온 이유를 밝히고 “돌아갈 때 전공의 교수에게 줄 커피를 사야 할 것 같다”며 구매한 커피를 비닐봉지에 담아 병원으로 돌아갔다.

 

이곳은 병원과 주택가에서 인접한 편의점이라 고객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데, 심지어 도시가스 배관 공사도 근처에서 하고 있어 인부들의 편의점 방문도 잦은 편이다.

 

편의점에서 만난 간호사 B 씨는 “더운 날씨에 가까운 편의점에 가는데 근무복을 갈아입는 것은 매우 번거로운 일”이라며 “대신 외출 후 병원 내부로 들어갈 때는 손을 깨끗이 씻는다”고 말했다.

 

오후 1시께 전주 시내 C 종합병원 인근 편의점. 한 쪽 팔에 수액 링거를 꽂은 환자 한 명이 들어왔다. 편의점을 여기저기 둘러보더니 아이스크림 1개와 담배 1갑을 구매했다. 잠시 후 편의점 앞 간이의자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은 뒤 담배 2개비를 피우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갔다. 또 다른 환자는 환자복을 입은 채 병원에서 100여m 떨어진 모텔가를 배회하고 있었다.

 

이처럼 의료기관 종사자와 환자들이 근무복과 환자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것은 감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며 법적 제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최근 관련 법안이 입법 발의돼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일 국회 신경민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영등포구 을)은 의사와 간호사들이 가운을 입고 외부 출입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신 의원은 개정안에서 “메르스 사태 등으로 병원 안팎에서의 감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최근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의료기관 밖에서 가운과 수술복, 근무복 등을 입고 식당이나 카페에 출입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며 “의료기관 내에서 사용하는 의사 가운과 수술복 등은 감염에 대한 매개 우려가 큰 물품이므로 이를 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이동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해당 법안이 과잉입법적 측면이 크다며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전라북도의사회 관계자는 “의료진들이 가운이나 근무복을 입고 병원 밖으로 나갔을 때 감염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은 사실이지만, 이것을 법문화해 의료진을 묶어 두는 것은 과잉입법의 소지가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전주 시내 A 종합병원 관계자는 “메르스 이후에 감염 관리 중요성이 대두되는데 복장은 병원별로 자발적 규율에 따르는 것이어야지 일괄적으로 법률로 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본원의 의료진들이 인근의 편의점을 이용하는 부분과 관련해서는 감염예방 차원에서 개선책 마련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