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행정

각 시·군별로 민선 6기가 들어섰지만 그간 단체장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를 살펴보면 천차만별이다. 통상 단체장은 한번 선출되면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3연임 할 수 있다. 지사는 성격이 다르지만 시장·군수들은 자신이 특별히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12년은 무난히 할 수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단체장이 시·군정을 12년간 책임 짓는 것은 긴 세월이다. 공무원들도 단체장 눈밖에 나면 승진은 커녕 그만둘 각오를 해야 한다. 그 만큼 단체장이 갖는 권한이 무소불위에 이를 정도로 막강하기 때문에 그렇다.

 

단체장이 되고 나면 그 순간부터 재선을 꿈 꾼다. 단체장들은 주로 밥 먹고 하는 업무가 표와 관련된 일들이다. 각종 행사에 얼굴을 내미는 것은 표밭 관리 차원에서 반드시 가고 심지어 점심 저녁도 겹치기로 돼 있다. 자기 돈 안들이고 재선 표밭을 누빈다. 그 만큼 현직한테 프리미엄이 주어진다. 단체장들이 움직이는 족족 보도자료를 만들어 각 언론사에 배포, 일 잘하는 단체장으로 도배질 한다.

 

현실은 어떠한가. 중앙에 가서 국가예산 많이 확보했다고 자랑했던 단체장들이 임기 마치고 나면 업적이 없어 초라하기 그지없다. 그간 군수를 잘했다는 평을 들어온 고창군 정도나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 산간부 쪽은 차이가 많이 난다. 그간 민선 5기동안 무슨 일을 해놓았는지 모를 정도다. 주로 표가 많은 노인복지에 심혈을 기울인 탓인지는 몰라도 경로당 만큼은 잘 해놓았다. 현직에 있을 때 자신 만큼 열심히 일한 단체장도 없다고 큰 소리 친 시장·군수마다 무대 뒤로 빠지면 그렇게 왜소해 보일 수 없다. 그 이유는 인기에 영합한 포퓰리즘에 의존하는 시·군정을 해왔기 때문이다.

 

전시행정도 필요하다. 하지만 진정성 없이 별다른 일도 하지 않고 직원들 모여 놓고 자화자찬만 하는 단체장은 보신성 월급쟁이 밖에 안된다. 단체장은 정책을 수립해서 예산 집행을 해야 하므로 경험과 전문성이 필요하다. 주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려면 예산의 효율성·생산성 등을 따져야 하는데 그만한 전문성이 있느냐는 것. 표 많이 얻어 단체장은 되었을 망정 유능한 단체장 되기는 쉽지 않다. 요즘 행정이 전문성을 추구해 가기 때문에 예전처럼 정치성만 내세워서는 곤란하다.

 

초선 단체장들이 노력에 비해 성과를 못낸다. 중앙부처와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국가예산을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단체장에 대한 평가는 본인이 하는 게 아니다. 의회와 언론 그리고 사회단체 주민들이 하는 것이다. 말만 버지르게 잘하는 단체장이 일 잘하는 게 아니다. 매일 말할 기회가 많이 주어지다 보니까 단체장들 만큼 말 잘하는 사람도 없다. 빈수레와 속빈강정이 요란하듯 그간 2년간 뭣을 했는지 잘 살펴야 한다. 4·13 총선 때 처럼 단체장도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지역정서에 의존해서 단체장이 된 사람이 또 재선하려고 전시행정이나 일삼는 것은 필요없다. 한 방에 보내야 한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