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9일 오전 11시께 전주시 평화동 평화1공원.
‘도심 속 녹지공간’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녹색 잡초가 공원을 뒤덮고 있었다.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설치된 나무의자가 길게 자란 잡초에 파묻혀 형태가 바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공원 내 미끄럼틀과 시소, 그네 등 놀이시설에는 거미줄과 녹이 잔뜩 묻어 있었다.
화장실은 환기 장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악취로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화장실 입구에는 ‘전등은 밝은가?’ ‘악취가 나지 않는가?’와 같은 14가지 점검사항이 나열된 점검표가 부착돼 있지만 모두 ‘이상 없음’으로 표시돼 있었다.
본보가 확인한 결과 ‘파손된 곳은 없는가?’ ‘배수구는 물이 잘 빠지는가?’ 정도만을 제외하고는 모든 항목에 문제가 있어 보였다.
공원 입구에는 수거되지 않은 스티로폼이 산처럼 쌓였고, 불법주차 차량들이 길게 줄지어 있었다.
#. 이날 오후 1시께 전주시 효자동 서곡어린이공원.
공원에 들어서자 수도꼭지가 하나 달린 음수대가 눈에 띄었다. 음수대 주위에는 정체 모를 옥수수 껍질과 조개껍데기가 수북이 쌓여 있었고, 소각한 뒤 남은 재가 널브러져 있었다. 그 주변을 수 십마리의 개미들이 맴돌고 있었다.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와 주택이 밀집해 있어 시민들의 왕래가 잦은 이곳은 최근 들어 방학을 맞은 어린이 이용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 주변 어디를 둘러봐도 음수대의 수질검사표는 보이지 않았다.
폭염을 피해 동네 주변 공원에서 여름밤을 견디는 주민들이 적지 않지만 공원 관리가 부실해 주민들의 짜증을 가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름철을 맞아 잡초가 쑥쑥 자라고 있지만 풀베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화장실에서는 악취가 코를 찌르고 있다.
전주시는 올해 14억 원의 예산을 들여 242개 공원을 관리하고 있지만,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쾌적한 공원’과는 거리가 멀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전주시의 ‘전주지역 공원 현황’에 따르면 시민들을 위해 조성한 공원은 총 242개(완산 144개·덕진 98개)로 이들 공원을 관리하기 위해 책정된 올해 예산은 총 14억700만 원(완산 8억3800만 원·덕진 5억6900만 원)이다.
이들 공원의 관리자는 무기계약직 직원 12명(완산 6명·덕진 6명)과 65세 이상 공공근로자 14명(완산 7명·덕진 7명)으로 총 26명에 불과하다. 이는 직원 한 명당 9.3개의 공원을 맡아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65세 이상 공공근로자는 오전 9시부터 3시간만 공원을 찾아 청소 등을 하고 있어 사실상 양 구청의 무기계약직원 12명이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원 관리를 위해 풀베기 작업과 화장실 청소, 소독작업, 쓰레기 줍기 등 다양한 업무 부담이 가중되면서 공원 관리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전주시 덕진구만 해도 여름철 들어 ‘공원을 제대로 관리해주세요’라는 민원이 하루에 10여 건 이상 들어온다. 이날 역시 해당 구청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온 공원에 출장을 다녀오느라 오후 5시가 지나서야 취재가 가능했다.
전주시 양 구청 관계자는 “전주지역 모든 공원을 제한된 인력으로 매일 관리하고 있지만 치워도 치워도 계속 더러워진다”면서 “공원 내 풀베기 작업은 조만간 사업을 발주해 8월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시민들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공원 내 음수대의 수질검사도 의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