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로 끌려 간 강일출 할머니의 증언으로 시작된 영화는 당시 20만 여명에 달하는 우리 소녀들이 일본군에 짓밟히고 무참히 학살당하는 만행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들 소녀 가운데 살아 돌아온 238명만이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되었고 현재는 40명만이 생존해 있다. 이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지원하기 위한 화해·치유재단이 지난달 28일 발족했다. 지난해 12월 28일 한·일 정부의 위안부 문제 합의에 따라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은 일본 정부가 출연하는 10억엔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재단 출범에 앞서 피해자 할머니들의 동의와 관련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충분한 여론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아 졸속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재단 이사장을 맡은 김태현 성신여대 교수가 기자회견장에서 “재단에서 그 돈을 주면은 신장이식 수술하는데 3000만원 드는데 나 그걸 하고 싶다” “자녀들에게 좀 주고 싶다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전하면서 피해자 할머니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단순히 돈 문제로 인식시켰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 1995년 위안부 문제가 쟁점이 된 유엔 베이징 여성회의가 열리기 전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을 추진했다. 기금은 국가 예산이 아닌 국민 모금을 통해 마련하려는 꼼수를 부렸지만 일본 내부에서조차 국제사회를 향한 정치적 퍼포먼스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또 아시아지역 위안부 피해자 대부분이 이같은 보상금 수령을 거부하는 바람에 무산되고 말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일본 정부가 내놓는 쥐꼬리 지원금으로 해결될 수 없다. 피해자 할머니들의 씻을 수 없는 상처와 고통, 그리고 위안부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려면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이에 대한 법적 배상만이 해법이다.
이번에 발족한 정부의 화해·치유재단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남겨선 안된다. 일본군에게 당한 아픔보다도 정부의 일방적 합의와 어설픈 지원책이 피해자 할머니들을 욕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위안부 재단보다 시급한 것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 회복과 존엄을 지키는 일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