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아픈 경험 시로 형상화

전북일보 신춘문예 출신 김형미 시집 〈오동꽃 피기 전〉

‘곧 죽을 것처럼 걸어가는 저 여자/ 뒤에 겨울 파고다 공원을 통째로/ 가슴에 집어넣은 남자가 댕그러니 남아 있다…그럼에도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외로움을 덜 타는 건/ 죽어서도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으며 묻힐 수 있는/ 두 개의 젖가슴이 있기 때문이다’( ‘오동꽃 피기 전’ 중)

 

전북일보 신춘문예 출신의 김형미 시인이 시집 <오동꽃 피기 전> (시인동네)을 출간했다.

 

시집은 실연으로 인한 외로움을 딛고 시적 세계를 항해하게 된 시인의 성장기를 보여준다. 아픈 실연의 감정, 지독한 쓸쓸함과 외로움, 사랑을 잃어버리고 채워지지 않는 욕정 등을 객관화하면서도 선명하게 이미지화한다.

 

표제작인 ‘오동꽃 피기 전’은 파고다 공원에서 이별하는 듯한 연인을 관찰하는데, 이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투영해 바라본다. 시의 말미에서는 남자에 대한 연민과 여성에 대한 자긍심을 함께 보여준다.

 

이성혁 문학평론가는 “책을 읽으면서 김소월의 ‘시혼’을 생각했다”며 “김소월이 사랑이 지니는 비극적인 면모를 탁월하게 드러내는 것처럼 그 역시 짙은 서정으로 삶 속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표현한다”고 평했다.

 

부안 출신으로 원광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사상> 시 부문 신인상과 불꽃문학상을 수상했고, 시집 <산 밖의 산으로 가는 길>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