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가 나를
억지로 포경선에 태웠다
하얀 옷을 입은 선원들이
칼과 가위를 들이 댔다
얼얼한 느낌
소름 끼치는 느낌
고래를 잡고도 나는
어그적 어그적
오리처럼 걸었다
△이 시에는 두 장의 그림이 있습니다. 무서운 수술실과 포경수술 후의 아픔. 그런데 ‘무섭다’거나 ‘아프다’라는 말이 없습니다. 대신, 이 시를 읽는 사람들은 두려움과 아픔이 느껴집니다. 이것이 이 시를 더 실감나게 합니다. 좋은 시는 이렇게 시인이 직접 말하지 않고 독자가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시입니다. 정말 재미있는 시, 너무 좋습니다. 특히 마지막 행의 ‘오리처럼 걸었다’는 표현은 상상만으로도 웃음이 나옵니다. 좋은 시를 보여 주어 감사합니다. 경종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