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전기요금 누진제

연일 폭염 속에 열대야 현상까지 계속되면서 징벌적 전기요금 누진제가 잠 못이루는 국민들을 더 열받게 만들고 있다. 무더위를 식히려 비싼 에어컨을 들여놓았지만 전기요금 폭탄 우려에 마음대로 켜지도 못한 채 짜증나는 여름을 나고 있기 때문이다.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지난 1974년 제1차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처음 도입됐다. 2차 석유파동 때인 1979년에는 전기 사용량에 따라 12단계로 나눠 최대와 최저 구간의 전기요금 차이가 19.7배에 달했으나 지난 2004년 이후 현행 6단계로 조정됐다.

 

하지만 월 100㎾ 이하를 사용하는 1단계의 경우 전기요금이 ㎾당 60.7원이지만 500㎾ 이상 사용하는 6단계는 709.6원으로 무려 11.7배나 많아 사용량이 많을수록 징벌적 요금이 부과된다. 반면 산업계에 적용되는 산업용 전기요금은 kWh당 81원, 일반용은 kWh당 105.7원에 불과하다. 정부는 전기사용 절약을 유도하고 전력을 적게 쓰는 저소득 가구의 요금부담을 낮추자는 취지라고 설명하지만 생활수준 향상에 따른 현실 여건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가구당 월평균 전력사용량은 지난 2002년 188kWh에서 2006년 220kWh, 2015년 229kWh로 계속 증가하고 있고 저소득 가구의 전력소비도 함께 늘어나면서 이들의 전기요금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도 퇴색됐다.

 

누진제를 적용하는 주요 국가들도 일본의 경우 3단계에 1.4배, 미국은 2단계에 1.1배, 중국은 3단계에 1.5배로 우리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한 영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등은 아예 누진제가 없는 단일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러한 불공정한 전기요금 체계로 인해 한국전력이 지난 2014년 20개 대기업에 대해서는 원가 이하로 전기를 팔아 7000억원 이상 손실을 본 반면 주택용 전기는 원가보상률이 104%에 달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한전의 영업이익은 11조원에 달했고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17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력 사용비율을 보면 주택용은 13.6%에 불과했고 누진제가 없는 산업용은 56.6%, 상업용은 29.8%에 달했다. 은행이나 일반 상가에서는 추울 정도로 에어컨을 펑펑 트는데 전력사용 비중이 낮은 가정에서만 전기를 절약하라며 징벌적 요금 폭탄을 물리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다. 때문에 지난 2014년 8월 한전을 상대로 제기한 ‘전기요금 부당이익 반환 청구’ 소송에 8일 현재 3500여명이 참여했다. 정부는 부자 감세를 이유로 반대만 하지말고 현실에 맞는 가정용 전기요금 체제를 도입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