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 가리지 않는 무더위 때문에 여름나기가 무척 힘들다. 지금까지 에어컨 없이 잘 버텨왔는데 이제는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날도 더워 짜증스러운데 나라 돌아가는 꼴은 우리를 더욱 열 받치게 한다. 사드배치로 국론이 완전히 분열되고, 대외적으로는 중국과의 마찰이 우려스럽다. 여기에 진경준, 우병우, 이건희, 롯데그룹 오너 일가 등 정치·경제 권력자들의 도를 넘는 뻔뻔한 행태는 국민들을 절망케 만든다.
그런데도 TV뉴스는 태평성대다.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사건은 깜깜무소식이거나 뒷전이고, 허구한 날 청와대 입맛에 맞는 기삿거리나 북한 소식을 중요뉴스로 들이대는 공영방송은 아직도 70~80년대 어두운 시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논란이 된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KBS 방송 외압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다. 오죽하면 KBS, MBC 등의 공영방송보다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가 공영방송 같다는 소리를 듣겠는가. 사단법인 미디어미래연구소가 지난 연말에 개최한 ‘2015 미디어 어워드’에서 JTBC는 2년 연속 ‘가장 신뢰받는 미디어’로 선정되었다. 2위는 한겨레, 3위 경향신문, 4위 YTN, 그리고 KBS가 겨우 5위를 차지했다. 자칭 공영방송 MBC는 아예 존재도 없다. 노무현 정부 때까지 최고의 신뢰미디어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공영방송 KBS와 MBC가 어쩌다 이렇게까지 추락했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지난 4월에 ‘2016 세계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했는데, 한국은 70위로 역대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31위였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 계속 떨어지다가 지난해 60위에 이어 올해 70위로 또 떨어졌다. RSF는 한국의 언론자유 상황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치하에서 미디어와 정부 당국 사이의 관계가 매우 긴장되어있다. 정부는 비판을 점점 더 참지 못하고 있고 이미 양극화된 미디어에 대한 간섭으로 언론의 독립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 역시 ‘2016 언론자유 보고서’에서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를 66위로 평가했다.
떨어지는 것은 언론자유도 만이 아니다. 유엔이 조사한 ‘2016 세계 행복 보고서’를 보면 우리 국민들의 행복도는 58위로 해가 갈수록(2년 전 41위, 지난해 47위) 떨어지고 있다. 가장 행복한 국가는 덴마크였으며, 이어서 스위스,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핀란드, 캐나다, 네덜란드, 뉴질랜드, 호주, 스웨덴 순이었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국민행복지수와 국가언론자유지수 간에 상관관계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국경 없는 기자회’의 언론자유도 평가에서 6년 연속 1위를 차지한 핀란드에 이어 네덜란드-노르웨이-덴마크-뉴질랜드 모두 행복지수가 높았다. 이들 국민행복지수와 언론자유도가 최상위인 국가들이 부정부패가 없는 맑고 투명한 사회를 유지하는 것은 권력을 감시할 수 있는 언론의 자유가 잘 보장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나라의 언론의 자유는 곧 국민행복도를 높이기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더라도 필요조건임은 틀림없다.
권력자들은 온갖 편법 불법행위를 맘대로 저지르고 있고, 희망을 잃은 젊은이들은 삼포세대, 헬조선, 지옥탈출을 외치고 있다. 여기에 권력을 비판 감시해야 할 언론이 정권의 홍보수단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어찌 국민들이 행복할 수 있겠는가? 흔히 한 나라의 언론 수준은 그 나라 국민들의 의식수준과 같다고 한다. 결국 깨어있는 국민들의 언론에 대한 비판과 감시만이 우리의 소중한 언론의 자유를 지킬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