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체육관 주변으로 빽빽하게 늘어선 관광버스들. 그리고 전국에서 몰려든 당대표 후보 지지자들 약 4000여 명의 당원들이 전주로 집결했다. 체육관을 가득 메운 당원들이 목이 터져라 함성을 질러댔다. 전주는 축제의 장이 됐다. 이것은 민주당 이야기가 아니다. 만년 전북에서 야당에 머물렀던 새누리당 이야기이다. 지난 3일 새누리당 전당대회 합동연설회가 32년 만에 처음으로 전주에서 열렸다. 이제 새누리당 전북도당의 역사는 전당대회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 것이다.
전주서 열린 전당대회 '격세지감'
이날 전주에서 32년 만에 처음 열린 새누리당의 전당대회를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낀 분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동안 전북에서 전당대회는 민주당만의 전유물이었는지도 모른다. 모든 정당행사는 민주당이 주도했고, 많은 전북도민들이 그 행사에 참여해 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새누리당과 군소정당은 전북에서 존재감을 잃어 버렸던 것이 사실이다. 새누리당은 전북에서 거대한 정당행사를 치를 동력이 없었다. 당원도 소수에 불과했고, 중앙당의 관심도 받지 못했다. 제대로 된 정당행사를 전북에서 치를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전북은 30여 년 동안 한쪽 당에 의지해 전북발전을 기대해 왔다. 그 결과는 무책임, 무경쟁, 무여당이라는 ‘3무(無)시대’를 초래했고, 30년 낙후전북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 4·13 총선에서 32년 만에 처음으로 새누리당 후보가 선출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의레껏 광주와 전남에서 개최했던 호남권 합동연설회를 전주에서 개최하기로 중앙당이 결정한 것이다.
이는 새누리당이 그동안 대구경북, 부산영남 위주의 표밭갈이에서 호남으로의 서진(西進)정책의 첫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전주를 찾은 김희옥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순신 장군의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를 인용하며 “이 시대 우리가 가져야 할 정신은 ‘약무호남 시무새누리당’의 정신”이라면서 “호남이 없으면 새누리당도 없다는 정신으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5명의 당대표 후보들은 물론 8명의 최고위원 후보들 역시 앞 다투어 전북발전을 약속했다. A후보는 “새만금이 1990년 시작된 이래 30년 가까이 지나고 있는데, 지금도 공사 중이다. 정부차원의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후보는 “그동안 호남이 받아왔던 차별에 마침표를 찍겠다. 호남당원들이 영남후보에게도 힘찬 박수 보내 달라. 이게 바로 통합, 혁신의 출발이며 호남의 정신이다”고 주장했다.
30년 만에 처음으로 호남을 찾은 새누리당 당권 후보들이 ‘새만금 개발’, ‘호남 인사 홀대 시정’, ‘전북 예산 확보’등을 외쳤다. 이를 듣던 전북도민들은 ‘전주에서 천지개벽이 일어났다“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새누리당도 '호남 정신' 대열에 합류
새누리당의 전당대회 대장정이 끝났고, 이정현후보가 새로운 당대표로 선출됐다. 호남출신 인사가 당대표가 된 것은 이변이 아닐 수 없다. 새누리당의 서진정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실 그동안 호남정신은 야당 전유물인 것처럼 보였다. 그들은 앞 다투어 호남정신 복원을 외치며 지지를 호소해 왔다. 그러나 이번 새누리당 호남권 전당대회를 통해, 새누리당도 본격적으로 ‘호남정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약무호남 시무새누리당’의 외침을 새누리당이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