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한지에 검은 먹이 스쳐간다. 자유롭게 흐트러져 내려왔지만 그 안에는 내면의 힘이 들어 있다. 숨 막히는 먹의 기운에 여백이 호흡을 내 쉰다.
한국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선보이는 김지형 작가가 프랑스 파리에서 전시를 연다. 오는 16일까지 파리 르 발렁호즈(Le Ballon Rouge)에서 여는 개인전 ‘평온의 기도(SERENITY PRAYER)’.
그의 작품세계는 전통적인 조형성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자유분방하다. 다채로운 붓의 변주가 특징이다. 붓질은 강렬한 힘이 있다가도, 물 흐르듯 유연하다.
그는 “어떤 삶을 살든지, 산다는 것은 부단히 자신을 완성해 가려는 시도이다”며 “내면의 소리를 듣고 삶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작업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파리 루브르 미술관에서 전시를 하며 한국미술의 독창성과 신비로움을 지니고 있다는 호평을 받았다. 전형적인 한국화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와 울림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
파리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정택영 전 홍익대 교수는 “작품 활동 자체를 정신적 수행으로 보고 있는 그는 순간의 감정을 직관적으로 표현, 조형적 정신성을 강조하고 있다”며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깊은 원한과 충격적인 슬픔들을 극복하기 위해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발견한 대상을 휘갈기듯 획을 우려낸다”고 평했다.
김 작가는 전북대 미술학과와 동대학원 미술교육학과를 졸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