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가 지난 2014년 ‘선미촌’의 기능전환을 위한 문화재생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할 당시만 해도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 지 불투명했던 게 사실이다. 시는 그 해 ‘전주 선미촌 정비 민관협의회’를 발족하고 관련 용역을 실시했다. 선미촌의 폐·공가 매입을 위해 10억원의 예산을 확보했으나 재정비 사업에 반발하는 업주가 적지 않았다. 또 사업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선미촌 폐쇄에 따라 또 다른 곳에 성매매집결지가 형성되는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선미촌의 기능전환은 성매매지의 온상을 뿌리 뽑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성매매방지특별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모텔이나 원룸, 심지어 일반 주택에서 음성적으로 성매매가 이뤄지는 현실을 고려할 때 선미촌만 유독 지탄받을 대상은 아니다. 선미촌은 1960년대 형성된 후 50년 넘게 우리 사회상을 간직한 역사적 공간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기능전환을 내세워 흔적지우기에 급급한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전주시가 용역결과를 바탕으로 계획한 사업내용을 보면 2022년까지 7년간 총 67억원을 들여 토지매입으로 성매매업소의 자진폐쇄를 유도한 뒤, 해당공간을 예술촌, 문화공간, 나눔장터 등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역의 예술인들이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정주형 창작예술공간을 조성하고, 키 작은 수목으로 포켓공원을 꾸리는 등 한옥마을과 연계한 전통문화관광벨트를 구축할 계획이란다. 쪽방 형태의 여인숙 건물 일부를 보존해 성매매업소 기억의 공간으로 남겨둔다는 계획도 들어 있다. 모두 좋은 콘텐츠이기는 하다. 그러나 구체적 내용에서 선미촌의 역사성과 사회성을 살리는 데는 어딘지 미흡해 보인다. 사회적 아픔을 보듬으면서 이를 문화예술적 에너지로 승화시킬 수 있는 악센트가 더 필요하다.